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의식을 되찾은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44)가 ‘러시아 복귀’를 전격 선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인 나발니가 복귀하게 되면 러시아 내 반 푸틴의 움직임이 거세질 전망이다.
BBC 등에 따르면 나발니 측 키라 야르미슈 대변인은 15일 “러시아로 돌아갈 것 외에 다른 방안은 고려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의 독살 시도에 독일로 이주할 거란 소문을 일축한 것이다. 나발니는 또 이날 인스타그램에 병상에 앉아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달 7일 혼수상태에 빠진지 18일 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독살 공격마저 이겨낸 나발니가 위협을 감수하고 러시아로 복귀하면 반(反) 푸틴세력 결집효과가 극대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침 13일 열린 러시아 지방선거에서 시베리아 톰스크, 노보시비르스크 등 시의회에 야권 후보들이 여당보다 더 많이 진입해 나발니의 정치적 기반을 넓힌 상태다.
러시아 당국은 겉으론 나발니 복귀를 반기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국민 누구나 러시아에 다시 돌아올 자유가 있다. 러시아인이 건강하다면 기쁜 일”이라고 논평했다. 다만 그는 “나발니가 러시아 복귀 후 푸틴과 만날 필요가 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만남은 없고, 만날 필요도 없다”고 답했다.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국내선 비행기에서 독극물 중독증세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독일로 이송돼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독극물 ’노비초크‘ 중독된 것으로 밝혀졌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