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온라인으로 열린 한미 정보통신기술(ICT) 정책포럼에서 미 국무부 국장급 참석자가 불쑥 ‘5G 안보’를 거론했다.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주제를 다루는 데 부정적이었지만 굳이 언급해 클린 패스 동참을 넌지시 독려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어 쉽게 결론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막대한 투자 비용 손실과 서비스 단절 가능성 때문에 장비 철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공급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시동을 걸었다. 이 중 ‘5G 클린 패스’의 진행 속도가 특히 빠르다. 미국의 압박에 영국이 단계적 화웨이 퇴출을 약속했고 프랑스, 독일은 고민하고 있다. 중국과 국경분쟁을 겪는 인도도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기로 했다. 미국의 기술, 장비를 사용해 만든 반도체를 허가 없이 화웨이에 팔지 못하도록 한 미 상무부 조치까지 맞물려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화웨이는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그제 국회에서 EPN과 미국 중심 안보공동체 ‘쿼드 플러스’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방침을 묻는 질문에 “우리에게 동참하라든지, 논의하자는 요청은 아직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을 세계 첨단산업의 가치사슬에서 끊어내고 중국 안에 고립시키기 위한 미국의 세계 전략은 착착 진행 중이다. 미국이 ‘미국 편인지, 중국 편인지 정하라’고 대놓고 물어볼 시간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