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도어 힐데브란트, 에드워드 4세 아이들의 살해, 1835년
테오도어 힐데브란트는 문학과 역사 주제의 그림에 탁월했던 독일 화가다. 그의 대표작인 이 그림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처드 3세’의 한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잠든 아이들은 영국 왕 에드워드 4세의 두 아들이다. 장남 에드워드 5세는 아버지가 급사하면서 왕위에 올랐으나 왕관도 써보지 못한 채 동생 리처드와 함께 런던탑에 갇히고 만다. 형제를 탑에 가두고 왕위를 찬탈한 자는 다름 아닌 이들의 삼촌 리처드 3세였다. 형제는 탑에 갇힌 지 오래되지 않아 삼촌이 보낸 자객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고 알려져 있다.
힐데브란트는 아이들이 살해당하기 직전의 순간을 화폭에 담았다. 예술적 상상력을 가미해 장면은 실제보다 더 극적으로 연출했다. 당시 형제는 각각 12세, 9세였지만 훨씬 어리게 표현해 동정심을 더 크게 유발한다. 성서와 묵주는 두 아이가 죽음의 공포와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매일 밤을 어떻게 견뎌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도 에드워드 5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신앙심과 도덕성, 학문적 소양이 뛰어났다고 전해진다. 천사 같은 아이들 모습에 마음이 흔들렸을까. 자객들은 살짝 주저하는 표정을 짓지만 왕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었을 터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