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집 ‘헤븐’ 발매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은 이달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나온 ‘담쟁이’를 통해 영화음악 작곡가로도 데뷔했다. 유어썸머 제공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의 음악에 장르명을 선물한다면 이쯤 되리라.
‘너의 침대에 저주를 보내서/세상 가장 불행한 사랑을/나누게 할 거야’(‘오늘 밤’) 같은 노랫말을 읊조려대는 김사월 3집 ‘헤븐’(14일 발매)을 듣다보면 몇 번이고 마주친다. 섬뜩하고 아득한 심연, 침대 아래 가려둔 오래된 벽지 얼룩 같은 것들을.
김사월은 듀오 ‘김사월X김해원’의 ‘비밀’(2014년)로 데뷔했다. 이듬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신인’ ‘최우수 포크 음반’의 2관왕 수상. 그 뒤 솔로 활동까지 합쳐 5년간 총 5개의 트로피를 이 시상식에서 가져갔다.
“부모님 집에 살다 처음 독립한 이가 자신만의 공간을 맘껏 꾸미듯 즐겁고 좀 과감하게 소리를 디자인했다. 재밌었다.”
따라서 입체적으로 소리가 들고나는 위치를 둘러봐야 재밌다. 마치 집들이라도 하듯이. 첫 곡 ‘일회용품’의 후반부에서 오른쪽 스피커를 가격하는 기타 사운드, 담백한 포크 발라드 ‘확률’을 뒤집는 보컬 딜레이(delay)의 유령 같은 것들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상처 주는 키를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어’에 퍼붓는 강렬한 록 기타의 페인트칠은 거의 라디오헤드 초기 사운드를 연상케 한다.
김사월의 보컬은 자주 제인 버킨처럼 사각대며 김창완같이 무력하다. 그러나 ‘너와 사랑을 나누었던 노란 오후’(‘나방’)를 그리다 ‘칼과 총을 과거의 우리에게 겨누고 들어가’(‘오늘 밤’)며 ‘연인의 살결을 느끼는/어떤 이의 새벽을 보며/모든 것이 폭발하기를 바라’(‘헤븐’)는 난폭한 이가 또 김사월이다. 메피스토처럼 불면의 밤에 틈입하는 ’교환‘의 김사월은 호러다.
3집 앨범 ‘헤븐’의 표지.
“치정 포크? 하하하. 맘에 드는데요?”
김사월이 웃어젖혔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