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2020.9.17/뉴스1 © News1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이른바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에 대해 “법 자체에 대해 거부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경제민주화’를 담은 당 정강정책을 강조하며 이들 법안의 개정 필요성에 재차 공감한 것. 하지만 경제계에서 “공정경제법 아니라 반(反)시장적인 기업옥죄기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당내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이 정강정책을 개정하면서 경제민주화를 최초로 (명시)했기 때문에 그 일환에서 보면 (여권 추진 법안들은) 모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공정거래 3법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자”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의 제안에 사실상 호응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은 당 안팎의 반발을 감안한 듯 “시장 질서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법이기 때문에 국회 심의 과정 속에서 다소 내용상의 변화는 있을 수 있다”고 수정 여지를 두면서도 “여론에서 반시장적인 법안 아니냐고 하는데 표현 자체가 잘못됐다. 시장 질서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고 덧붙였다.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당내 경제 전문가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의 공정경제 3법 개정 소신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쟁점 조항만 10여 개에 이르는 법안이다. 각자가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만큼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정책위원회와 정무위 차원에서 법안 내용을 검토 중인데, 동의하지 않는 조항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법 자체의 내용에만 치중한 나머지 국가와 정권의 자의성이 더 강화될 수 있다”며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정당답게 시장과 국가 간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계도 “보수야당까지 경제계에 등을 돌리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야당도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의 내용이 복잡하니 국민들도 관심이 없다고 본 것 같다. 재계 우려를 대변하기보다 ‘재벌개혁’, ‘경제민주화’에 동참하는 게 표에 이득이 된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한숨을 쉬었다. 5대 그룹의 한 임원은 “김 위원장 발언 이후 차라리 집권 여당에 호소하는 걸로 전략을 바꾸자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