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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형제’라는 명칭에… 교황 새 회칙 성차별 논란

입력 | 2020-09-18 03:00:00

교황이 전하는 최고 권위 공식문서… 내달 3일 미사 후 발표할 예정
‘형제’만 언급하고 ‘자매’는 빠져… 회칙 제목서 여성 배제 지적 나와
교황청 “포괄적 단어… 女배제 아냐”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음 달 초 발표하는 새 회칙(回勅)이 때 아닌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회칙에 ‘형제’만 언급됐고 ‘자매’는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

교황청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은 다음 달 3일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주의 소도시 아시시를 방문할 예정이다. 교황이 3월 유럽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사목 방문을 위해 로마를 벗어나는 것은 처음이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수도회 창시자 프란치스코 성인(1181∼1226)의 무덤 앞에서 미사를 주례하고 ‘프라텔리 투티(Fratelli Tutti·모든 형제)’라는 명칭의 새 회칙을 발표할 예정이다. 회칙은 교황이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와 주교들에게 전하는 최고 권위의 공식 서한이다.

문제는 ‘프라텔리 투티’라는 새 회칙 제목이 여성을 배제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 이탈리아어로 ‘형제(Fratelli)’란 단어만 있을 뿐 ‘자매(Sorelle)’란 말이 빠졌다는 것이다. 미국 예수회 소속인 토머스 리스 위원은 “새 회칙 제목이 아쉽다. 적어도 영어로 변역될 경우 모든 형제자매로 바꾸길 바란다”고 밝혔다.

비판이 커지자 교황청은 “이탈리아어 프라텔리는 ‘형제’란 뜻이지만 포괄적으로 형제뿐 아니라 자매도 포함하는 단어”라고 해명했다. 안드레아 토르니엘리 교황청 홍보부 편집국장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말씀에서 따온 제목이라 다르게 쓸 수 없었다”며 “결코 인류의 절반(여성)을 배제하는 제목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가톨릭 여성 인권 운동가이자 영국 신학자인 티나 비티는 “교황청의 해명은 솔직하지 못하다”며 “새 회칙은 분명 잘못된 명칭”이라고 비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