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그제 내놓은 ‘재택근무 종합 매뉴얼’에서 회사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인 부분은 주로 근태 관련이었다. ‘회사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 PC 접속기록을 확인하겠다는데…’라는 질문에 매뉴얼은 ‘근로자 동의가 없으면 회사가 강요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입사 때부터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를 받고 있고, 그룹웨어를 통해 업무 시작과 끝 시간을 체크하고 있어 집에서 일해도 인사담당자들의 감시를 완전히 피하긴 쉽지 않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최근 미국 금융대기업 중 처음으로 재택근무 중단 결정을 내렸다. “생산성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직원 간 유기적 소통에 문제가 생겼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차단됐다”는 이유다. “신입 직원들은 선배들로부터 일을 배울 기회가 원천 봉쇄됐다”고도 했다. 초봉 10만 달러가 넘는 인력을 쓰는 월스트리트 금융권이라면 인건비가 더 아까울 것이다.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최고경영자(CEO)도 재택근무와 관련해 “아이디어를 놓고 토론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고 불평했다.
▷직원들 반응도 둘로 갈린다. “진정한 워라밸이 뭔지 알게 됐다”는 찬성파가 있고 “일과 개인생활의 경계가 무너져 엉망진창이 됐다”는 반대파도 적지 않다. 걱정되는 건 기업들이 기존에도 집에서 일했던 프리랜서와 출퇴근 정규직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인사권자와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성과에 대한 평가는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 일(work)과 생활(life)의 밸런스가 중요해도 언제 끝날지 모를 경기침체 속에서 일은 잃고 생활만 남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