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관성의 법칙은 물리학을 배울 때 가장 처음 배우는 뉴턴 물리학의 가장 기초적인 개념이다. 이 법칙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연속’이다. 어떤 정지 상태나 운동 상태에서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물체는 계속해서 정지해 있거나 그 운동을 계속하려고 한다. 유조선이 가던 방향을 90도로 바꾸기 위해서는 엔진을 끄고 수 킬로미터 이상을 더 가야 한다. 이보다 더 무게가 나가는 항공모함이 방향을 바꾸려면 더 긴 시간과 거리를 필요로 한다. 무거운 물체일수록 방향을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가 가던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또 다른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그러면 코로나바이러스라는 힘에 의해 바뀐 일상의 변화는 그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 어떠한 힘과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우주를 비행하는 물체는 자신의 방향을 바꾸기 힘들다. 지구에서는 공기 속의 입자들이 비행하는 물체에 부딪혀 저항을 만들지만, 우주 공간에서는 비행을 막는 저항의 힘이 없기 때문이다. 저항이 없으면 쉽게 멈출 수 없다. 우주에서 우주선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선 밖으로 나와 망치를 휘두르다가 놓치면 망치는 회전하면서 우주 끝 어딘가에 부딪힐 때까지 날아간다. 즉, 관성의 힘은 그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지구의 크기와 질량 역시 가장 적절한 값으로 만들어져 있다. 만일 지구가 지금의 질량보다 작았다면 중력이 작아져 대기 중에 산소를 붙잡아둘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질량이 컸다면 원시 시대에 형성된 유독가스가 대기 중에 섞여서 생명체가 살아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기적 같은 우연의 일치 속에 해와 달,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반복하는 중이다.
관성의 틀 속에서 지구를 비롯해 인간의 삶과 환경이 가장 적절히 세팅되어 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자 가장 다행스러운 일 중 하나다. 그러면 새롭게 등장한 코로나19라는 변수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물리학으로 보면 이런 견고한 우주의 관성의 틀 속에서 코로나19 같은 시련은 어쩌면 어떤 변화를 만드는 작은 힘 축에도 들지 않을지 모른다. 우리에게는 큰일이지만.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