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불안은 우리들의 주식이다 / 눈치껏 숨기고 편안한 척 앉아보지만 / 잘 차린 식탁 앞에서 식구들은 말이 없다
싱긋 웃으며 아내가 농을 걸어도 / 때 놓친 유머란 식상한 조미료일 뿐 / 바빠요 눈으로 외치며 식구들은 종종거린다
다 가고 남은 식탁이 섬처럼 외롭다 / 냉장고에 밀어 넣은 먹다 남은 반찬들마저 / 후일담 한마디 못한 채 따로 따로 갇혀 있다
현대시조란 바로 이런 것이다. 무심코 읽어보면 자유롭게 써 내려간 작품 같지만, 유심히 읽다 보면 뭔가 느낌이 온다. 본래 느낌이란 바람 사이로 스미는 향기와 같은 것. 우리는 자유로운 글자들의 유영 가운데서 형식의 절제가 녹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각 연이 3행을 반복한다는 점에 주목하자. 중얼중얼 읽다 보면 운율도 느껴진다. 다시 말해, 천년의 형식과 현대의 서정이 결합한 장르가 바로 현대시조라는 말이 되겠다.
문제는 그 당연한 사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로운데 외롭고 싶지 않다. 불안한데 불안하지 않고 싶다. 말을 해도 불통한데, 여전히 소통하고 싶다. 이 모순 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다 가고 남은 식탁이 섬처럼 외롭다”는 말이 내내 마음에 남는다. 저 식탁을 우리 모두는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