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치솟는 집값-전셋값, 덩달아 뛴 수수료에 부글부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데다 부모님에게까지 손을 벌려 사는 아파트라 한 푼이라도 아쉬운 마당에 이를 다 낼 수는 없었다. 수수료를 깎아 보려 했지만 중개업소 사장은 다른 매매 대기자들이 많다며 버텼다. 결국 가까스로 부가세 10%만 내지 않고 1000만 원을 주는 방법으로 계약을 마무리했다. 그는 “단순히 매물을 연결시켜 주고 계약서를 써주는 것뿐인데 1000만 원을 받는 건 과도한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11억 원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1000만 원 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중개업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은 수년 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상황에서 중개 수수료만 오른 탓이다.
이는 가격이 높아질수록 수수료율도 높아진 데에 따른 것이다. 길음뉴타운 아파트를 산 김 씨가 만약 3년 전인 2017년에 같은 아파트를 샀더라면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200만 원이다. 당시 시세는 5억5000만 원으로 수수료율 0.4%(매매가 2억∼6억 원 미만)를 적용하면 됐지만 현재 시세가 급등해 수수료율도 0.9%(9억 원 이상)로 높아졌다.
정부는 부동산 수수료 체계 개편을 검토해 보겠다는 방침이지만 수수료 체계를 포함해 중개 서비스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개 서비스 품질이 낮고 수수료율 협의 과정에서의 분쟁 등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중개 수수료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만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