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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터뜨린 샴페인… ‘코로나 모범국’ 체코의 추락

입력 | 2020-09-21 03:00:00

초기 마스크 의무화 등 발빠른 방역… 6월말 “코로나 종식” 각종 봉쇄 해제
지난달 101명에 그쳤던 일일 확진자… 이달 17일 3123명 역대 최대 기록
통제 어려워지자 다시 방역 강화… 유럽 주요국 “체코 거주자 오지마”




6월 30일 체코 프라하의 카를교에 설치된 야외 식탁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거리 두기의 완화를 축하하는 만찬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8월 말부터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자 체코 정부는 이달 18일부터 모임 금지 등 강력한 재봉쇄 조치를 단행했다. 프라하=AP 뉴시스

“드디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끝났습니다. 이젠 좀 즐깁시다.”

기타 소리에 맞춰 수천 명이 환호성을 질렀다. 500m 길이로 이어진 식탁에 2000여 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술과 음식을 나눠 먹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단 1명도 없었다. 6월 30일 체코 프라하의 카를교(橋)에서 열린 ‘코로나19 작별 파티’ 모습이다. 당시 체코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감하자 식당 영업을 비롯해 1000명 이상 대규모 모임을 전격 허용했다. 프라하 시민들도 “코로나 ‘총알’을 피했다”고 자찬했다.

그러나 체코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달 들어 하루 확진자 수가 무서운 속도로 급증하면서 체코가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에서 기피국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체코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지난달 2일 101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달 2일 600명을 넘어선 후 8일 1161명에 달했다. 17일(현지 시간) 3123명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18일에도 2107명에 달하는 등 인구가 8배나 많은 독일과 비슷한 확진자 수를 기록하며 2차 확산 사태를 맞고 있다. 한 달 반 사이에 최대 30배로 증가한 것이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도 “최근 2주간 유럽 내에서 체코가 가장 높은 감염률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영국 독일 덴마크 스위스 등 유럽 주요국들은 체코 거주자에 대한 입국 제한을 속속 시행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체코는 코로나 사태 초기 마스크 착용 의무화, 국가비상사태 조기 선언 등의 발 빠른 방역 조치로 유럽의 모범 방역국으로 꼽혔다. 3, 4월 300명에 달하던 일일 확진자 수는 6월 50명 내외로 줄었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6월 말 각종 봉쇄령을 해제하는 등 사회 곳곳에서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다. 하지만 시기상조였다. 9월 초부터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하더니 이제 통제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체코 정부는 뒤늦게 다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18일부터 전국 술집, 식당은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운영을 중단시켰다. 10명 이상의 실내 모임도 금지됐다. 학교 모든 구역 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아담 보이테흐 체코 보건부 장관은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체코가 짧은 시간 내 코로나19 감염국으로 전락한 원인으로 사회적 ‘방심’이 꼽힌다. 영국 런던 위생·열대의대 마틴 매키 보건학 교수는 “감염자가 줄어들 때 낙관론이 크게 일었던 게 문제”라며 “너무 빨리 봉쇄를 해제한 것이 최근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더 타임스는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 비해 국제 여행객이 적다보니 확산이 더뎠다”며 “이런 ‘운’이 처음에는 도움이 됐지만 이제는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