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즈버그는 변호사 시절 대법원까지 간 여섯 개의 재판에서 다섯 차례 승소해 성차별적인 법규의 대대적인 개정을 이끌어냈다. 그의 전략은 성차별적 조항이 남성들에게도 불리하다는 사실을 부각하는 것. 배우자 사망 시 보육 수당은 ‘편모’에게만 지급하는 규정, 유족급여는 ‘남편’이 사망한 경우에만 받을 수 있는 규정이 위헌이라는 판결은 그렇게 나왔다. “모든 젠더 차별은 양날의 칼이다. 그것은 양쪽으로 작용한다.”
▷그는 27년간 연방대법관을 지내며 가장 많은 소수 의견을 냈다. 2013년 일부 주의 흑인 투표권 방해 가능성을 방치한 다수 판결이 나오자 “폭풍이 몰아치는데 젖지 않을 거라며 우산 내던진 꼴”이라는 신랄한 소수 의견을 낭독했다. ‘노토리어스(악명 높은) RBG’라는 애칭을 얻었지만 결코 극단적이진 않았다. 그는 “판사는 그날의 날씨가 아닌 시대의 기후를 고려해야 한다”며 시대 변화에 민감해질 것을 주문하면서도 “연방법원 판사들은 큰불을 내지 않는다”며 신중했다. “부서지고 있는 건물을 대체할 더 나은 건물이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결코 부수지 않는다.”
▷미국 대법관은 종신직이다. 그는 현직 연방대법관 중 최고령이었다. 대장암 췌장암 폐암을 앓고도 매일 팔굽혀펴기와 플랭크를 하며 끝까지 버틴 이유는 대법원의 5 대 4 보수 대 진보 지형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대선을 두 달도 남겨놓지 않고 그가 눈을 감자 미국인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후임 지명을 하면 6 대 3으로 기울어질 대법원을 걱정한다. 긴즈버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미국의 진정한 상징은 흰머리독수리가 아니라 진자(振子)다. 한 방향으로 너무 멀리 가면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