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강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6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동아일보DB
김태언 사회부 기자
그의 사망을 늦게라도 처음 눈치 챈 건 우유배달원이었다.
처음엔 어디 여행이라도 가셨나 보다 했단다. 하지만 일주일째 신문과 우유들이 어지러이 쌓여갔다. 배달원은 혹시나 했다. 아니면 다행이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얘기는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세상을 떠난 A 씨(67)의 소식은 그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안타깝게도 A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아니었다면, 정부기관이 그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기회가 있었을 거란 얘기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직접 방문이 어려워져 한 달에 1, 2번 정도 연락해 건강을 확인해왔다”며 안타까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락을 제공해왔던 해당 사회복지관도 연락이 닿지 않아 전전긍긍하던 차였다.
코로나19는 단순히 복지시스템의 사각만 만든 게 아니었다.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A 씨는 여느 어르신들처럼 세상과 단절됐다. 삶의 낙이었던 경로당은 문을 닫은 지 오래. 바깥 활동이 조심스럽다 보니 이웃 간의 왕래 역시 사라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씨는 아들과도 한 달에 1번 정도 왕래를 하던 사이였다. 하지만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죽음은 그 틈새를 조용히 파고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특별한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도 없고 상해를 입지도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평소 고혈압과 협심증 등을 앓아왔다고 한다. 지병이 악화돼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홀몸노인의 사망은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그 정도로 흔한 일이 돼버렸다. 하지만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A 씨도 이런 헛헛한 결말은 피해 갈 수 있지 않았을까’란 가정만으로도 그의 죽음은 허투루 여길 수가 없다.
김태언 사회부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