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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없다” 진흙탕 포복하는 벨기에 공주

입력 | 2020-09-21 03:00:00

왕위 계승서열 1위 엘리자베트, 육군사관학교서 군사훈련 받아
일반생도와 똑같은 과정 이행, 일각 “왕실추문 희석 노림수” 비판




벨기에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엘리자베트 공주가 브뤼셀 인근 왕립군사학교 캠프에서 포복을 하는 군사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공주는 다른 생도들과 똑같이 사격, 유격 훈련 등을 받는다. 벨기에 왕실 트위터 캡처

“21세기 공주는 구두 대신 군화, 드레스 대신 군복을 입는다.”

벨기에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엘리자베트 공주(19)가 왕립육군사관학교에서 일반 생도와 똑같이 군사훈련을 받아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필리프 국왕(60)과 마틸드 왕비(47)의 2남 2녀 중 맏이이며 벨기에는 1991년 아들에게만 왕위를 물려주는 장자상속 우선 원칙을 폐기했다.

19일 브뤼셀타임스 등에 따르면 엘리자베트 공주는 2일부터 벨기에 동부 뷔트겐바흐에 위치한 왕립사관학교 캠프에서 진흙탕 포복, 완전군장 행군, 사격, 위장 기술 등이 포함된 정식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 왕실은 군복을 입은 채 위장 크림을 바르고 진흙탕을 포복하는 공주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다.

학교 측은 “공주와 멀리 떨어진 곳에 경호원이 대기하고 있지만 훈련 자체는 160여 명의 동기생과 똑같이 이뤄진다. 다른 생도 역시 그를 똑같이 대한다”고 밝혔다. 식사 배급, 청소 등 사관학교 내 생활도 엄격한 규율을 지켜야 한다. 호칭 역시 일반 학생과 마찬가지로 이름 대신 성(姓)으로 불리고 있다.

공주의 입대는 40여 년 전 이 학교에서 군사교육을 받은 부친 필리프 국왕 등 벨기에 왕실의 전통을 이어받기 위해 이뤄졌다. 다만 공주로 입대한 사람은 그가 처음이다. 그는 1단계 훈련이 끝나는 25일 동료들과 함께 이 학교의 상징인 파란색 모자를 받는다.

왕립육군사관학교는 육해공군의 최정예 장교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수학,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필기시험, 신체검사, 심리평가, 기본 군사시험 등 까다로운 입학 절차를 통과해야 하며 훈련 강도 또한 높아 적지 않은 생도가 자퇴한다. 엘리자베트 공주는 입학시험을 거치지 않았으며 약 1년의 수련 과정만 마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학교 입학 전 영국 웨일스 UWC 애틀랜틱 칼리지에서 기숙생활을 하다 올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귀국했다.

엘리자베트 공주가 왕위에 오르면 벨기에 최초의 여왕 겸 여성 육군 총사령관이 된다. 유럽에서는 스웨덴(1979년)을 필두로 네덜란드(1983년), 노르웨이(1990년), 영국(2011년) 등도 왕위 계승에서 남녀 차별을 없앴다.

벨기에 왕실이 진흙탕에서 포복하는 공주의 사진을 공개한 것을 두고 잇따른 추문 및 세금 낭비 비판을 받는 왕실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주의 조부인 알베르 2세(86)는 혼외자 소송, 상속세 회피 논란 등으로 2013년 아들 필리프에게 양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