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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X경기도] 친환경 제품 보유 스타트업, 정부가 날개 달아준다

입력 | 2020-09-21 17:59:00


1942년, 파블로 피카소는 자전거의 좌석과 핸들 바를 연결한 ‘황소 머리(Bull’s Head)’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피카소의 설명에 따르면, 어느 날 모든 물건이 뒤섞여있는 더미에서 녹슨 핸들 바 바로 옆에 오래된 자전거 좌석을 발견했고, 이것을 보고 황소 머리를 떠올려 용접한 것이 전부라고 한다. 이 작품은 기존 예술 사조를 부정한 다다이즘을 표방한 마르셀 뒤샹의 ‘샘’과 비슷하지만, 제작 과정 자체만 놓고 보면 다다이즘보다는 초기 단계의 업사이클링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폐기될 자원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작업을 ‘업사이클링’이라 하는데, 전 세계적인 현상이므로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파블로 피카소의 ‘황소 머리’, 안장과 핸들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의 제품을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업사이클링의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출처=PabloPicasso.org


단적으로 기념품 가게만 방문해도 업사이클링의 현 상황을 볼 수 있다. 최근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여러 기념품 가게를 방문했는데,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통 기념품 가게하면 핸드메이드 제품부터 장식품, 소품 등 소소한 제품을 취급하지만, 최근의 기념품 가게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드림캐쳐(깃털로 된 장식물)는 제주도 해녀가 사용하다 버릴 예정이던 잠수복을 고래나 돌하르방 모양으로 재단해 장식하는가 하면, 장식장 한쪽에 자리 잡을 초소형 돌하르방은 이제 현무암을 깎아 만드는 대신 카페에서 쓰고 남은 커피 가루를 압착해 만들고 있었다. 실제로는 버려져야만 했을 자원에 새로운 의미를 담아 관광 자원으로 만듦과 동시에 환경 보호에도 이바지하고 있는 셈이다.

친환경 제품은 세계적 현상···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업사이클링뿐만 아니라, 친환경 제품, 탄소 발자국을 줄인 저탄소 제품, 재활용 등은 세계적 추세다.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C3S)가 발간한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2014년, 2015년, 2018년 모두 평균기온이 최고치를 기록했고,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의 겨울 기온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27개 회원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에 따라 국가와 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민간 차원에서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의 친환경 제품 바람이 일시적이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전 지구인이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터라 진정성 있는 환경 보호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92년 리우 협정을 시작으로 97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구체적 행동을 담은 교토의정서를 따르고 있다. 2015년에는 모든 국가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도 이상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파리협정에 서명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다만, 화석연료 의존이 높은 우리나라 경제 구조상, 산업 구조의 혁신뿐만 아니라 범국민적 차원의 자발적인 참여도 요구되고 있다. 정부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광명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 추진하는 ‘2020 환상마켓 두 번째’ 같은 사업이 대표적이다.

광명경기문화창조허브가 진행하는 ‘2020 환상마켓 두 번째’ 지원 포스터. 출처=광명경기문화창조허브


‘2020 환상마켓’은 친환경 콘텐츠 제품을 보유한 20개 기업을 ‘환심상인’으로 선발하고, 시장성 강화를 위한 각종 지원과 더불어 ‘환상마켓’ 입점을 통해 각 기업의 성장과 친환경 시장의 성장을 돕는다. 민간에서의 친환경 제품에 대한 구매 및 소비를 독려하고, 기업의 자립을 통해 국내 친환경 관련 시장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7월에 추진된 첫 번째 환상마켓은 인플루언서와의 매칭을 통해 600만 원 상당의 매출을 달성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고, 구독 경제나 고품질 재활용 제품 같은 트렌드를 소개하며 판매 이상의 결과를 이뤄냈다.

이어서 진행되는 두 번째 환심상인은 ▲ 홍보·마케팅 지원 ▲ 유통 네트워킹 지원 ▲ 온라인 환상마켓 입점 지원 ▲오프라인 환상마켓 기획전 및 팝업스토어가 지원되며, 11번가, 위메프, 티몬, 아이디어스, 진짜유통연구소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활동 중인 현장 전문가 및 MD가 함께하는 간담회를 통해 현 상황을 진단하고 개선책을 제공받는다.

또한, 데모데이와 상시 컨설팅 등 광명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과 연계해 지원을 받게 되며, 우수 기업에게는 2021년도 환상마켓까지 입점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번 모집은 경기도 기업이거나 경기도 이전 예정, 경기도 외 기업을 대상으로 오는 9월 23일까지 진행되며, 모집 분야는 제조융복합, 마케팅, 에코디자인, 친환경, 에코콘텐츠 융복합이 대상이다. 자세한 내용은 경기콘텐츠진흥원 홈페이지 내 사업공고를 참고하면 된다.

환경과 관련된 사업, 이제 일부분이 아닌 주축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대한민국 청와대


지금까지 우리는 환경과 관련된 사업에 대해서는 일반 기업과는 다른 시선으로 보아왔다. 친환경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기업의 기본 목표인 수익 창출과 상반된 노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한 이유도 친환경 노선이 기업의 수익 창출과 상반되며, 이것이 곧 국력 저하로 이어질까 우려되어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경제임에도, 친환경 에너지와 에너지효율 개선을 통해 선진국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는 국가 주도의 사업이나 상위 대기업 몇 개의 노력만으로는 이뤄낼 수 없고, 국내 기업의 99.9%를 차지하는 630만 개 중소기업과 전 국민적 관심이 있어야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두 번째로 진행되는 환상마켓을 단순히 친환경 시장 생태계 구성을 넘어, 전 세계 기후변화 대처에 기여하는 시도로 보아야 하는 이유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