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흑서’ 공동저자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서민 교수는 16일 “가장 끔찍한 시나리오는 사법부를 장악한 정권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무죄로 만들고, 그가 대선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마’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서는 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천안=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진구 논설위원
―책이 굉장히 많이 팔렸다던데요.
“7만 부 정도 나갔는데… 저도 이제 베스트셀러 저자가 됐어요. 하하하.” (출간 후에 달라진 점이 있습니까.) “옛날 학교 선배들에게 전화가 많이 오더라고요. 이 정권 좀 어떻게 해달라고. 저한테까지 그런 기대를 하는 걸 보고 좀 놀랐지요.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제가 썼는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있었지만 우리 편이 응원해줘서 할 만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때 우리 편이 다 적이니까요. 오죽하면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기자가 기사를 못 쓸 정도라고 했겠어요. 친문 사이트인 ‘클리앙’은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예요.” (겪어봤습니까?) “두 달 전에 가입했는데… 그 안에도 가끔 멀쩡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60일 중징계를 먹었습니다.” (사유가?) “제 글이 싫은 한 회원이 ‘서민, 이 자식아 나가’라고 해서 ‘너나 나가’라고 했더니 반말했다고 경고…. ‘너 한 달에 8만 원 받고 이런 글 쓰니?’라고 해서 ‘나 건물주에 교수인데 왜 돈을 받니?’ 하니까 위화감 조성이라고 경고…. 그렇게 누적된 거죠. 한 달 버티려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두 달 전에 가입했다면서요.) “클리앙은 50일이 지나야 글 쓸 자격을 줘요. 첫 글 쓴 지 3일 만에 징계 받은 거죠.”
―방송사들이 일대일 토론을 추진했는데 조국백서 측에서 다 거부했다고 하던데요.
“좀 놀란 게… 우리 쪽에서 제일 요리하기 좋은 게 저예요. 아는 것도 적고 말도 잘 못하니까. 그런 저조차도 거부하더라고요. 심지어 KBS라디오 쪽에서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전 의원이 거부했다는 얘기를 듣고 더 어이가 없었지요.” (왜요?) “그분은 방송가에서 불패의 토론자예요. 남의 말 안 듣고, 자르는 데 일가견이 있어서 절대로 안 지거든요.”
―필진 선정에는 기준이 있었습니까.
―극성 친문의 공격이 심합니까.
“제가 좀 특이해서… ‘문빠’ ‘대깨문’ 공격을 받으면 아주 짜릿해요. 너무 좋아. 힘든 건 별로 없고… 일일이 댓글에 답을 다는 게 좀 부담인 정도? 칭찬이든 욕이든 저 같은 사람에게 관심을 보여준 것에 답을 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댓글이 수백 개 아닙니까?) “6000개가 달린 적도 있는데… 거의 다 달아줬습니다. 그런 공격은 별로 안 아픈데… 진짜 안타까운 건 진보 지식인들의 침묵이에요. 존경하는 어떤 분은 ‘문빠들의 공격이 무서워서 말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당신은 왜 상처받지 않습니까.) “저를 공격하는 내용이 딱 두 가지인데… 못생겼다는 거와 기생충 연구하더니 기생충이 됐다는 거죠. 논리와 팩트는 없고 얼굴만 까는데… 얼굴은 제가 더 스스로 까고 있고, 저는 기생충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것도 상처가 안 되는 거죠.”
서민 교수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
“어릴 때부터 남들이 하도 그래서 스스로 규정지은 건데… 그걸 이용해 동정심도 좀 받고 싶고… 저는 지금은 용 됐어요. 방송 잘리고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피부 관리도 받거든요.”
“현 정부에서인데…. MBC ‘전참시’(전지적 참견 시점)에 고정 출연진이 된 적이 있어요. 정규 편성 전 파일럿 프로그램에 나갔는데 반응이 좋았거든요. 그런데 2017년 12월 블로그에 쓴 ‘문빠는 미쳤다’는 글 때문에….” (그 글 때문인지는 어떻게 압니까.) “그 글이 많이 보도됐는데 한 열흘쯤 지났나? 제작진이 좀 보자고 하더군요. PD 작가 등 10여 명이 저를 앉혀 놓고 ‘글의 의도가 뭐냐’고 추궁하는데… 2006년에 쓴 ‘차라리 박근혜가 어떨까’라는 칼럼도 보여주면서 ‘너 박사모 아니냐’고도 하고…. 반어법이라고 해명을 하면서도 저 자신이 너무 비굴하고 한심하더라고요.”
―왜 그런 구차한 설명을 한 겁니까.
“사실 미련이 있어서….” (미련요?) “전에 다른 프로그램에서 덜 유명한 분들하고 할 때는 서너 시간을 찍어도 나가는 게 별로 없었어요. 근데 이영자 전현무 이런 분들하고 함께하니까 와∼ 두 시간 반 찍고 2회로 나가는 데 감동이더라고요. 별로 말 안 해도 묻어갈 수도 있고… 제가 묻어가는 게 특기거든요. 여기서 좀 더했으면 좋겠다 싶었지요. 그래서 비굴해도 참았는데… 집에 와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해명에 만족하는 눈치도 아니었고요. 그래서 이런 분위기에서는 방송하지 않겠다고 문자를 보냈지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개업의 대신 기생충학 전공을 선택했다. 김어준의 딴지일보에 글을 쓰면서 정치 비판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비판도 신랄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박근혜 정부 때 MBC ‘컬투의 베란다쇼’라는 예능 프로에 출연했는데 PD가 ‘당신과 같이 가고 싶은데 자꾸 정권 비판하면 우리가 참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제발 안 쓰면 안 되겠냐고. 아내도 ‘잡혀갈 수 있으니 살살 좀 쓰라’고 하고…. 당시 격주로 신문 칼럼을 썼는데 소재가 너무 많아서 이런 식이면 매주 쓰겠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매일 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책에도 있지만 현 정권 비판이 결국 보수 정당을 도와주는 게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논리가 굉장히 많아요. 진보를 표방하는 언론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한 진보매체에 쓰던 칼럼도 올해 그만뒀지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쓸 때마다 트집을 잡아서… 조국 사태 이후 계속 그랬어요. 툭하면 재미도 없고 내용도 후지다고…. 그래서 다시 쓴 적도 많아요. 이번에는 빼고 가자며 안 실린 적도 있고…. 더 이상 못 쓰겠다 싶어서 몇 번이나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그러지 말라면서도 글은 계속 트집을 잡더라고요. ‘현 정부 한 번 깠으면 국민의힘도 한 번 까 달라’고 주문하고……”
―집권세력이 억지를 부리고, 그걸 친여 언론이 확산시키다 보니 이제는 ‘혹시 내가 잘못 안 건가’ 하는 착각까지 듭니다.
“그걸 노리는 건데… 괴벨스가 한국에 태어났다면 김어준 TBS 뉴스공장 진행자 가방 ‘모찌’(어떤 사람의 가방을 메고 따라다니며 시중을 드는 사람)나 했을 겁니다.” (서로 안면이 있습니까.) “전에 딴지일보에 글을 좀 썼지요. 그 인연으로 제가 2010년 쓴 ‘대통령과 기생충’이란 소설에 ‘파브르(곤충기) 이후 최고의 엽기 생물 소설이라고 추천 글도 써줬고요.” (그때부터 선동에는 일가견이 있었네요.) “생각해보니 그러네. 파브르 이후 최고의 생물 소설이라니…. 하하하. 그런데 김어준은 모욕적인 말을 들어도 전혀 대응하지 않고 고소도 하지 않는데 그건 평가해줄 만해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뻑 하면 고소한다고 SNS에 올리잖아요.”
―조국을 말라리아에 비유했는데 괜찮습니까.
“한 인터뷰에서 갑자기 조국을 기생충에 비유하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더라고요. 기생충 중에 말라리아가 가장 비열하거든요. 간에 숨어 있다가 세력이 커지면 우르르 나와 우리 몸을 공격하기 때문이죠. 순발력 있게 대처했다고 혼자 뿌듯해했는데… 문득 조국이 고소왕인 게 떠올랐어요. 은근히 걱정이 돼 아는 변호사에게 물었더니 의견이라 명예훼손은 아니지만 모욕죄는 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인데 징역은 아닐 테고… 그분 덕에 베스트셀러 저자가 됐으니까 그 정도는 내도 될 것 같아요.”
…어진 이를 멀리한 탓에 전임 정권이 무너졌거늘, 전하 주변에도 소인만 그득한 것은 어찌 된 까닭이옵니까. 아무리 옳은 것도 백성이 힘들어하면 되돌아보는 게 군왕이건만 전하는 되레 무리 지어 싸우게 하니 어찌 만백성의 어버이라 하겠사옵니까. 전하, 도둑은 늘 있었지만 도둑이 의금부 개혁을 말한 적은 없었사옵니다. 나라의 법은 사사로운 것이 아님에도 전하 주변에만 치우치니, 정녕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를 만드시려 하시옵니까….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