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계약이 만료되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서울문화재단 제공
김기윤 문화부 기자
서울시는 2009년 남산예술센터의 소유주인 학교법인 동랑예술원(서울예대)과 임대차계약을 맺고 시 산하기관인 서울문화재단에 운영을 맡겼다. 드라마센터는 예산 약 10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뒤 재개관했다. 서울시와 동랑예술원은 이후 3년마다 계약을 갱신해 왔다. 그러나 2018년 1월 동랑예술원은 2021년부터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계약 조건에 대한 이견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극계는 ‘계약이 끝나는 2020년 12월 31일 드라마센터를 잃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연극인들은 2018년 4월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연극인 비상대책회의’를 결성하고 “극장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고려해 서울시와 동랑예술원이 협상에 적극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와 동랑예술원은 실무자 차원에서 몇 차례 만나 계약 조건의 의견 차를 좁히려 했지만 허사였다.
서울시와 동랑예술원은 드라마센터 재계약을 위한 협상을 재개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동랑예술원 측은 “연극계가 요구하는 장기 무상임대 수준의 계약은 어려웠다. 서울시가 올 7월 말 ‘계약 미갱신’ 통보를 해왔다”며 “계약 만료 후 드라마센터의 구체적 운영 방안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 측은 “내년 6월 개관할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시설을 정비해 남산예술센터의 명맥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재 수장이 부재한 서울시는 이 문제를 책임지고 풀어낼 사람이 없다. 동랑예술원 측도 계약 만료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대안을 찾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드라마센터에서는 개관 공연작인 ‘햄릿’을 비롯해 ‘세일즈맨의 죽음’ ‘로미오와 줄리엣’의 국내 초연 무대가 열렸고, 2009년 이후에는 ‘7번국도’, 장강명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같은 작품이 각색돼 초연됐다. 연극계의 소중한 자산이 손에서 모래가 새나가듯 우리 곁을 떠나려 하고 있다.
심재찬 연출가는 “서울시와 동랑예술원 측 모두 드라마센터가 ‘공공의 유산’이라는 생각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연극계가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동랑예술원, 연극계가 적극적으로 합의점을 찾는 노력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김기윤 문화부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