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미스트 유진규, 24일까지 춘천서 ‘요선시장 코로나땡…’ 공연 절반쯤 문닫은 시장건물서 공연 관객들 3분 간격 거리두고 입장 시장 돌며 공연 보고 막걸리 한잔
방호복을 입은 마이미스트 유진규가 강원 춘천시 요선시장의 거리 한복판에 서 있다. 그는 “어떠한 역병, 역경이 닥쳐도 결코 빛을 놓치거나 잃어버리지 않는 예술가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스테이지 식스 제공
‘마임의 대가’ ‘천재 마이미스트’ ‘춘천 마임축제의 주역’…. 1세대 마이미스트 유진규(68·사진)가 21일 강원 춘천시 요선시장에서 관객 참여형 마임 공연 ‘요선시장 코로나땡 동그랑땡’을 열었다. 앞서 그는 1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고 쪽팔리게 이까짓 것 때문에 마임을 멈출 순 없다”고 말했다.
공연은 독특한 것 투성이다. 공연장은 한때 음식점으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찾는 사람이 적어 반쯤 문을 닫은 시장 건물이다. 관객은 방역수칙에 따라 3분에 한 명씩 입장해 1층(현실) 2층(팬데믹) 옥상(미래)을 걷는다. 곳곳에서 마임, 영상, 미술작품, 시 등을 관람한다. “극장에 모인 다수의 관객이 원하는 공연만 보여주는 건 시국에 맞지 않다. 관객이 능동적으로 공연을 찾아나서야 한다.”
올 초 코로나19가 확산될 때 그는 이 공연을 떠올렸다. 시장 단골집에서 얼근하게 취해 화장실을 찾다 불현듯 ‘어? 이건데!’ 했다.
원로 예술인으로서 소명의식도 공연을 부채질했다. 그는 “원로로 불리는 사람으로서 후배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늘 새로운 길을 뚫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1968년, ‘무언(無言)의 세계’를 선보인 독일 마이미스트 롤프 샤레의 공연을 보고 사춘기 고교생 유진규는 전율했다. “웬 검은 타이츠를 입은 사람이 두 시간 동안 아무 말 없이 몸으로만 세계를 그려낸 모습”에 넋을 잃었다. 건국대 수의학과에 입학했지만 연극 동아리에 빠져 중퇴하고 전위 극단 ‘에저또’에 들어갔다.
이번 공연에도 몸에 대한 철학을 담았다. “극장이라는 인위적 공간에서 몸을 보여주는 건 허위 같다. 내 몸이 실제 생활하는 곳과 마임이 한데 어우러져야 자연스럽다.” 20년 넘은 빡빡머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 그는 “밀어보면 알지만 뭔가 기존의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며 “사라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분, 코로나19로 앞이 캄캄한 모두가 공연을 즐기길 바란다”고 했다. 24일까지, 무료.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