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자. 누군가와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눈다고 상상해보자. 상대방이 “어떤 일을 하시나요”라고 내게 물었을 때 나는 보통 어떻게 답을 하는가. “어느 기업에서 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와 같이 자신이 속한 조직과 직책으로 답을 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다”와 같이 자신이 하는 일로 답을 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어떤 유형일까.
내게 고민을 털어 놓았던 40대 직장인에게 권했던 것은 자기 삶의 중심을 소속된 직장에서 자신에게로 움직여 보라는 것이었다. 직장에 소속된 사람으로의 정체성으로부터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답을 찾아가 보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할까. 40대 직장인이라면 보통 직장 생활을 10년 이상 많게는 20년 넘게 해왔을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내가 경험해온 프로젝트를 기억나는 대로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어보자. 이 경험의 리스트로부터 프로젝트 참여 과정 자체를 즐겼고, 결과도 좋았던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본다. 마지막으로 짧지 않은 직장 생활에서 내가 갖게 된 기술이 무엇인지, 조직을 떠나서도 돈과 교환할 수 있는 개인기가 무엇인지를 찾아 나간다.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 내가 배운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무엇을 할 줄 안다’와 ‘내가 할 줄 아는 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능력이란 것이다. 내가 보고서를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과 그 능력으로 내가 조직에 소속된 것과 상관없이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다른 능력이다. 직장인이 조직이 아닌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를 찾는다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부터 출발하여 돈을 벌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다. 30대의 경우 직장에서 경험한 것 중에 그런 일이 없다면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설 수 있겠지만, 40대의 경우에는 가능하다면 자신이 오랜 기간 경험해온 일에서 찾는 것이 좋다.
이 탐구 과정은 몇 시간 강의를 듣는다고 누가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기억을 더듬어 노트에 적고, 그 과정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찾아가는 자기만의 직업탐구 여행을 떠나야 한다. 최근 30대 직장인 6명과 10주 동안 위와 같은 작업을 해 본 적이 있다. 그들은 이제 각자 자기만의 직업 탐구를 하고 있지만, 10주 동안에도 직업적인 측면에서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40대 직장인이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자기만의 답을 찾게 되면 그 분야에서 자기 개인기로 돈을 버는 사람들에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그들은 나보다 일한 경력이 짧을지 몰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조직에 기대지 않고 ‘팔아본’ 경험은 많거나 잘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게 필요한 것은 일하는 기술보다 디지털 등을 활용하여 판매하는 기술일 수 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