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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3명 포함, 여성대법관 7명 모두 진보

입력 | 2020-09-23 03:00:00

[대법 판결성향 분석]
박정화 6위, 민유숙 9위, 노정희 14위… 46명중 진보 20위권내 전원 포진
韓美 진보 1위 김영란-긴즈버그… 소수의견으로 약자보호 판결 남겨




최근 숨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 성향 분석에서 재직 기간 27년 내내 진보 성향 1, 2위를 꾸준히 유지했다. 가장 많은 소수 의견을 낸 것도 긴즈버그의 몫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미국 사법부 ‘진보의 상징’으로 불렸다.

한국은 2004년 “여성과 소수자 보호를 위한 시대적 요청”이라는 이유로 김영란 전 대법관이 첫 여성 대법관으로 발탁됐고 현재까지 7명의 전현직 여성 대법관이 임명됐다. 김 전 대법관을 포함한 전수안 박보영 김소영 전 대법관, 박정화 민유숙 노정희 대법관 등 전체 여성 전현직 대법관 7명은 모두 ‘진보 대법관’ 상위 20위 안에 위치했다. 여성 대법관 2호인 전수안 전 대법관은 김영란 전 대법관에 이어 전체 대법관 중 진보 성향이 2위였다. 진보 성향으로 순서를 매기면 김소영 전 대법관은 전체 대법관 가운데 16위, 박보영 전 대법관이 18위였지만 전체 대법관의 판결 성향으로 보면 진보에 가깝다. “대법원 내부의 서열화를 없애고 소수자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여성 대법관의 발탁이 더 필요하다”는 법원 안팎의 여론이 판결 분석만으로 본다면 일리가 있는 주장인 셈이다.

전체 대법관 중에서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보인 김영란 전 대법관은 여성 대법관 중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가장 두드러진 판결을 남겼다. 김 전 대법관은 2008년 ‘제사 주재자 승계’ 판결에서 소수의견을 통해 ‘장남이나 아들만 제사 주재자를 승계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2009년엔 13명의 대법관 중 유일하게 소수 의견을 내며 성폭력 피해 아동 본인이 처벌 의사를 철회했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후 김 전 대법관의 소수의견은 국회에서 입법화됐다.

‘김명수 코트’에서는 여성 대법관이 3명으로 역대 최대다. 김 전 대법관이 퇴임 전인 2010년 “적어도 여성 대법관이 3명은 돼야 한다”고 했던 바람이 이뤄진 것이다.

현직 여성 대법관 3명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박정화 대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제청, 민유숙 노정희 대법관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제청을 거쳤다. 현직 중에서는 박 대법관이 전체 대법관 중에서 진보 성향이 6위, 민 대법관은 9위, 노 대법관은 14위였다. 박 대법관과 노 대법관은 진보 성향의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민 대법관과 노 대법관은 양성 평등을 연구하는 모임인 젠더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현직 여성 대법관들에게 긴즈버그 전 대법관과 같은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판결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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