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문 회장 “모든 것은 우리의 관리 미숙” “저가입찰로 백신 처음 담당 하는 업체가 맡아” vs “입찰 담합 사건으로 새 업체로 변경” 정부 물류관리 시스템의 개선 필요도 제기
국가필수예방접종 독감 백신의 유통을 처음 맡아 상온 노출을 발생시킨 신성약품과 관련해 정부의 저가 입찰제도가 부른 사태라는 지적이다.
반면, 저가 입찰과는 무관하게 물류 관리 시스템의 미비점이 노출된 사안이라는 의견이 맞선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22일 백신 유통과정에서 일어난 문제로 신성약품의 독감 백신 500만 도즈(500만 명 분)의 접종이 전격 중단됐다고 밝혔다. 백신을 수송차량에 옮기는 과정에서 섭씨 2~8도에서 보관해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상온에 노출된 정황이 파악됐다.
신성약품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배송 과정에서 일부 배송 기사가 냉장차의 문을 열어두거나 판자 위에 박스를 쌓아두고 확인 작업을 하면서 상온에 노출됐다. 독감백신은 2∼8도로 냉장 보관해야 하고, ‘콜드체인’이라는 냉장 상태가 잘 유지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신성이 공급하는 물량은 국내 총공급물량 2964만 도즈 중 국가 확보 물량 전량인 1259만 도즈다.
이를 두고 정부의 무분별한 백신 입찰가격 후려치기가 불러온 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성약품은 올해 처음 백신의 국가접종 유통을 맡았다. 지난해까진 우인메디텍·정동코퍼레이션 등 중소 규모의 백신 전문 도매상이 담당했다. 이와 달리 신성약품은 작년 매출 4226억원의 대형 의약품 유통업체다. 1985년 설립돼 김포시 고촌읍에 본사를 두고 있다. 주로 일반 전문의약품의 대형병원 유통을 맡던 신성약품이 올해 처음으로 국가 백신 유통을 맡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입찰하던 회사들이 정부가 공급 가격을 계속 깎으니까 참여하지 않고 유찰됐다. 결국 처음 맡은 업체에 넘어갔다”며 “이제껏 이런 일이 없었던 건 콜드체인 관리 전문 회사들이 배송하다보니 경험이 많지만, 신성약품은 처음이다보니 미숙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는 독감백신 조달가격을 1도즈(1명 분)당 8790원으로 제시하면서 네 차례 유찰 끝에 독감 백신 유통사가 신성약품으로 결정됐다. 이는 지난해 일반 시장에서 공급하던 평균가의 60% 수준이다.
신성약품 홍영균 부회장은 “8~9곳의 도매상이 모두 같은 가격(정부 제시가격)으로 투찰을 했다. 더 낮춰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가격이 영향을 줄 수 없는 입찰이었다”며 “이번 입찰의 관건은 정부가 요구한 1250만 도즈를 누가 제약회사들로부터 확보하느냐, 물량 확보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성약품만이 물량 확보를 해냈다”며 “이는 기존의 백신 도매상들이 입찰 담합 사건으로 재판 중이어서 우리에 유통을 요청한 제약사들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과거엔 택배로도 배송되는 등 부실관리 사례가 노출되면서 도매상 변경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물류 시스템 관리 체계의 미비로 인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다른 도매상이 맡았어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며 “입찰은 질병관리청이 소관하고 물류는 지자체에서 맡고 있어 서로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구조다. 배송기사의 역량을 떠나 어떻게 관리되는 시스템인지 확인하고 이번 기회에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