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적으로 재단하고 추측해 명예훼손" 검찰 "할머니 치매 이용해 7920만원 받아" 윤 의원 등 "할머니 뜻 치매로 폄훼한 것"
정의기억연대가 23일 수요집회에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숨진 손모 마포쉼터 소장이 공모해 길원옥 할머니에게 거액을 기부하게 했다는 내용의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 “고인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며 반박했다.
정의연은 이날 낮 12시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제1458차 수요집회를 기자회견 형식으로 개최했다.
이나영 이사장은 지난 6월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손 소장이 윤 의원과 공모했다고 본 검찰 조사결과에 대해 “당사자가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돼 해명조차 불가능한 사안을 끄집어내 자의적으로 재단하고 추측해 고인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 평화와 여성인권의 가치를 널리 알리신 피해생존자의 존엄한 행위를 폄훼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해생존자들의 삶에는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피해자와 동행하고 성심을 다해 피해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트라우마 치유에 기여했던 사람들의 입을 막거나 무력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위안부 문제해결전국행동’ 단체도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선 “우리는 길 할머니가 스스로의 생각과 언어로 평화와 인권을 호소하고 스스로의 의사로 여러 기부를 해오신걸 기억한다”며 “또 우리는 길 할머니가 고(故) 손 소장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러 활동가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풍족한 여생을 살아오는 걸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을 비롯한 활동가들이 할머니와 함께 울고 웃고 같이 분노했던 그 오랜 시간동안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의 논리를 받아들여 검찰이 기소한건 길 할머니에 대한 모욕”이라며 “우리를 감동시키고 분발하게 했던 길 할머니의 말과 행동을 자신의 의사를 가지지 않은 사람으로 검찰이 단정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혐의 중에는 당초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이 사건 파급력이 커진 만큼 준사기 부분에 이목이 집중됐다.
윤 의원과 숨진 손 소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 할머니의 치매를 이용, 지난 2017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9회에 걸쳐 7920만원의 기부를 받았다는 게 혐의의 골자다.
‘준사기’는 미성년자의 지적능력 부족 또는 사람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재물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로, 형법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검찰은 할머니 직접면담, 의료기록 등을 종합해 기소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으나 윤 의원 등은 “할머니의 뜻을 치매로 폄훼했다”며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