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HAAH 제안 놓고 채권단 고심… 자금조달-대주주 역할에 의구심
마힌드라, 감자에 부정적 태도
실제 매각 성사까진 ‘산넘어 산’

23일 자동차 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HAAH는 쌍용차 인수를 위해 약 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사실상 쌍용차의 경영권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지만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HAAH의 투자 제안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연매출 250억 원에 불과한 HAAH가 실제로 투자 자금을 지불할 수 있을지, 대주주가 된다 해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HAAH는 3000억 원의 구체적인 조달 방안 등에 대해서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HAAH는 중국 체리자동차와 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 HAAH는 중국 체리자동차가 주주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추후 중국 측 자금이 들어오면 쌍용차를 중국에 넘긴 것이나 다름없다는 여론이 불거질 수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마힌드라도 인수 제안에 열린 자세지만 감자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며 “채권단도 HAAH가 자금을 조달해 통장에 넣기 전까지 추가 지원 여부를 먼저 밝힐 수 없어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디젤 핵심 기술을 보유한 쌍용차가 외국 업체에 매각될 경우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 미칠 영향을 조사 중이다. 정부는 최근 현대자동차 관계자 등을 불러 쌍용차 매각으로 인한 국내 피해 및 영향에 대해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디젤 차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여서 국내에 큰 피해는 없지만, 쌍용차 모델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 등 경쟁 모델이 나올 수는 있다고 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단계지만 HAAH가 투자를 결정하면 지분 관계와 자금력, 경영 정상화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