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이탈리아 국민투표에서 70% 찬성으로 상하원 의원 수를 3분의 1 이상 줄이는 개헌안이 통과됐다. 945석 중 345석을 없앤다. 이탈리아는 무솔리니 같은 독재자가 다시 나오지 못하도록 ‘큰 의회’를 선택했으나 정당 난립, 포퓰리즘 등 부정적인 요소만 누적됐다. 의회 비대화가 이탈리아병(病)의 근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1983년 이래 7번의 감축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이번에도 의원들의 저항이 거셌지만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많은 인명 피해가 나고 주력 산업인 관광업이 붕괴된 상황이 결정적 요인이 됐다.
▷적정 의원 수 기준은 나라마다 사정이 다를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34개국의 의원 정수를 조사한 결과 10만 명당 의원 수는 영국이 2.15명으로 가장 많다. 한국은 0.58명, 이탈리아는 1.56명이다. 미국이 0.16명으로 가장 적지만 연방제여서 단순 비교가 어렵다. OECD 평균은 0.97명이다.
▷우리 제헌국회가 200석 의석으로 출발한 이래 의원 수가 줄어든 것은 3대 국회에서 4대 국회로 넘어갈 때, 5·16군사정변 이후 6대 국회가 출범할 때, 그리고 15대에서 16대로 넘어갈 때 등 모두 세 차례였다. 이후 의원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단지 헌법에 명시된 ‘200인 이상’ 규정 때문에 300명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범여권이 의원 수 증가를 밀어붙이다가 끝내 포기한 것도 여론의 거센 반발 때문이었다. 국민 여론과 달리 우리 정치인들 사이에선 의원 수 감축은 ‘금기어’다. 하지만 국회가 국민의 시선과 계속 동떨어져 간다면 의원 수 감축이 먼 나라 일이 아닌 날이 올 것이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