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4일 공개한 당 색 시안. 23일 발표한 최종안에선 노란색이 흰색으로 대체됐다. 국민의힘 제공
박민우 정치부 기자
국민의힘은 14일 빨강, 노랑, 파랑을 함께 쓰는 새로운 당 색 시안을 공개한 바 있다. 당 색 변경 작업을 담당한 김수민 홍보본부장은 지도부에 초안을 보고하면서 “다양성을 포용하고 연대하는 정치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면서 “기존 빨강과 함께 색의 삼원색인 파랑과 노랑을 혼용해서 보수와 중도, 진보를 함께 아우르는 다양성 지닌 정당, 확장성 지닌 정당을 지향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원색을 두고 당내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원내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기존의 ‘해피 핑크(연분홍)’를 당 색으로 유지하자는 의견이 41.2%로 가장 많았는데 굳이 삼원색을 써야 하느냐는 불만이 컸던 모양이다.
최종적으로 의견 수렴이 이뤄진 22일 의원총회에서도 여전히 해피 핑크를 유지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비대위는 기존의 색을 유지하는 것은 당의 변화와 쇄신을 위해 지금껏 이어온 행보와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제3의 대안’을 내놨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오히려 자신의 의지를 더 관철시킨 셈이다. 국민의힘 당 색이 ‘루마니아에서 프랑스 국기로 바뀐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지만 김 위원장은 실제로 프랑스 국기를 염두에 뒀다. 국민의힘 비대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애초부터 ‘자유 평등 박애를 의미하는 프랑스 삼색기는 국민주권의 상징이기도 하다’며 노란색 대신 흰색을 쓰자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당 색 결정을 두고 지루한 논쟁이 이어진 것에 대해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의 파워게임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본소득을 앞세운 파격적인 정강정책과 당명 개정에 이어 김 위원장이 최근 ‘공정경제 3법’에도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좌클릭 일방통행에 대한 불만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정당 내부의 다양한 토론과 견제와 균형도 좋지만 국민의힘은 야당이다. 당 색 하나를 놓고 이렇게까지 논란에 논란을 거듭하기엔 수권 정당을 향해 국민의힘이 가야 할 길이 너무 멀고 험하다.
박민우 정치부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