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창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회장은 2016년부터 서울 대모산에서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을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2시간씩 무료로 운영하며 맨발걷기 홍보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박동창 회장 제공
양종구 기자
박 회장은 “그해 4월 바르샤바 집 근처 카바티 숲을 찾아 신발을 벗었다. 촉촉한 대지의 감촉과 따뜻하고 부드러운 마사토가 주는 느낌이 좋았다. 잘 보이지 않던 주변의 풀, 곤충, 나무가 보였고 새소리도 들렸다. 한마디로 새 세상이 펼쳐졌다”고 회상했다. 그날 2시간 넘게 걸었고 저녁엔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이후 그는 매일 새벽 맨발로 숲길을 걸은 뒤 출근길에 나섰다. 시간이 쌓이자 간수치는 낮아졌고, 불면증 이명증 등 그를 괴롭히던 잔병들은 자취를 감췄다.
맨발걷기가 몸에 좋다는 사실을 체감한 뒤 관련 자료를 찾았지만 만족할 만한 자료는 없었다. 그때 은행 인수에 관심이 있는 스웨덴 노르디아 은행장 등과 얘기하면서 한국의 지압과 같은 게 유럽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존 세러피(Zone Therapy)’였다. 발바닥에 반사구들이 있어 자극하면 우리 몸의 오장육부를 튼튼히 한다는 게 핵심이다. 결국 맨발로 걷는 일은 자연이 해주는 발마사지였음을 깨달았다. 박 회장은 “맨발걷기 시작 후 3개월에 한 번씩 혈액검사를 받았는데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갔고 면역력도 높아져 지금까지 감기 한 번 안 걸렸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2006년 귀국한 뒤 경험담을 묶어 ‘맨발로 걷는 즐거움’이란 책도 펴냈다.
박 회장은 맨발걷기가 면역력을 높이는 이유에 대해 지압 효과와 함께 접지 효과(Earthing)를 꼽았다. 그는 “지압 중에선 발바닥 아치가 주는 효과도 중요하다”며 “아치가 탄력적으로 움직이면서 발밑에서부터 피를 잘 돌게 해야 하는데 신발을 신으면서 그런 효과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신발 깔창 때문에 아치가 압축 이완이 덜되고 부도체인 고무가 접지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접지에서는 맨발로 땅을 밟는 행위가 중요하다. 따라서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도로 등은 효과가 없다. 우리 몸에선 3∼6볼트 크기의 양전하가 흐르는데 땅과 맨발로 만나는 순간 0볼트가 된다. 땅의 음전하와 만나 중성화된다는 의미다. 이때 우리 몸에 쌓여 있던 활성산소가 빠져나간다는 게 박 회장의 주장이다. 실제로 2013년 미국 ‘대체 및 보완의학 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접지는 혈액의 점성을 낮춰준다(스티븐 시내트라 등)’에 따르면 끈적끈적한 점성이 있는 혈액이 맨발걷기 40분 뒤 깨끗해졌다. 또 적혈구 제타전위(Zeta Potential·표면 세포 간 밀어내는 힘)를 평균 2.7배 높여줘 혈류 속도가 2.7배로 빨라졌다. 박 회장은 이를 ‘천연의 혈액 희석 효과’로 부른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맨발걷기의 기적’이란 맨발걷기 관련 후속 책을 펴냈다. 맨발걷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고 그동안 맨발걷기로 불치병을 극복한 사례들을 담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그 어느 때보다 면역력 강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점이다. 맨발걷기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도 낮춰준다고 한다. 이번 추석 연휴 집 근처 숲을 찾아 맨발걷기로 면역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도 날려 보길 적극 추천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