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 스톤스가 로고를 파란색으로 비튼 ‘Blue & Lonesome’ 앨범 표지.
임희윤 기자
붉은 입술과 길게 내민 혓바닥, 으스스한 해골과 공포영화 제목 같은 글씨체, 알파벳 ‘I’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는 ‘N’과 좌우 바뀐 ‘N’….
여름철 거리를 걷다 보면 한 번쯤 마주치는 티셔츠 디자인이다. 처음부터 차례로 영국 밴드 ‘롤링 스톤스’, 미국 밴드 ‘미스피츠(Misfits)’와 ‘나인 인치 네일스(NIN)’의 로고다. 이 팀들의 공통점은 음악보다 로고가 더 유명한 팀들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더욱이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콘서트까지 자취를 감추면서 적잖은 음악가들에게 수익의 일등공신은 디자인 상품이 됐다. 소규모의 인디 음악가들도 이제 전문업체에 맡겨 팀 로고를 만들고 티셔츠와 컵 같은 상품을 기본적으로 제작한다. 그들에게 롤링 스톤스, 미스피츠, 나인 인치 네일스 등은 성배격이다.
저 유명한 로고들은 음악을 몰라도 입고 싶어질 정도로 ‘왠지 그냥 쿨’할 뿐만 아니다. 저마다 음악을 제대로 표현해냈다. 믹 재거(보컬)와 키스 리처즈(기타)가 대표하는 악동 이미지와 쾌락주의적 가사가 저 대놓고 들이대는 새빨간 혓바닥에서 생동한다.
미스피츠는 ‘호러 펑크’의 창시자다. B급 공포영화를 로큰롤 무대로 구현하겠다며 나타난 이들. 펑크 록의 질주감에 거침없는 호러 가사를 장착한 이들에게 저 조악하고 삐뚤빼뚤한 글씨체마저 그만이다.
나인 인치 네일스는 인더스트리얼 록 장르가 주무기다. 때로 효율이 강조된 미니멀한 산업기계를 연주하듯 차갑고 냉소적인 이들의 음악에 저 세 글자의 뒤틀린 미니멀리즘이 주는 과묵하나 의미심장한 인상이 자연스레 겹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