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수색 시도중 주민과 서로 쏴… 대배심 “정당방위” 살인죄 미적용 뉴욕-필라델피아 등 시위 격렬… 진압 경관 2명 총 맞아 부상
23일 미국 시카고의 위커파크 지역에서 시위대가 ‘브레오나 테일러 사건’에 대한 대배심 결정에 항의하며 행진하고 있다. 시카고=AP 뉴시스
23일(현지 시간) 켄터키주 루이빌의 중심가에선 시위대가 26세의 흑인 여성 브레오나 테일러 씨에게 총을 발사해 숨지게 한 백인 경관 3명의 처벌 등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도로변 쓰레기통에는 불이 붙었고, 일부 건물의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
CNN에 따르면 연방수사국(FBI) 현지 지부는 특수기동대(SWAT)를 배치했다.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탄이 동원됐으며, 적어도 46명의 시위대가 체포됐다. 시위 과정에서 경관 두 명이 총에 맞는 일이 발생했다. 현장에서 용의자가 잡혔고 두 경관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빌 이외에도 워싱턴 뉴욕 시애틀 필라델피아 애틀랜타 등 주요 도시에서 항의 시위가 잇따랐다.
하지만 대배심은 경관 3명 중 2명에 대해서는 정당방위를 인정해 아예 기소하지 않고, 1명만 부주의하게 총을 발사해 ‘이웃집을 위협한 혐의’로 기소하기로 했다. 결국 테일러 씨 사망에 책임을 지게 된 사람은 1명도 없다.
대니얼 캐머런 켄터키주 검찰총장(공화당)은 브리핑에서 “테일러의 남자 친구가 먼저 총을 발사했고 경찰이 대응 사격을 한 만큼 정당방위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올해 35세로 켄터키주에서 사상 처음 흑인 검찰총장에 오른 그는 “나도 흑인으로서 이 사건이 고통스럽지만 우리는 모든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이번 결정을 옹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캐머런 총장이 일을 잘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테일러 씨 측 변호사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모욕적”이라고 비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