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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집단소송제 소급적용 - 징벌적 손배 위헌소지”

입력 | 2020-09-25 03:00:00

법무부 개정안 우려 목소리… 대법원, 소급입법 엄격하게 제한
형사처벌 받고도 징벌적 손배엔 “과잉금지 원칙 위배” 지적도 나와




법무부가 28일 입법예고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관련 상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의 경영 여건을 악화시킬 것이란 재계의 우려와 함께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집단소송제를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도 소급적용 할 수 있다는 조항이 특히 문제로 지적된다. 과거의 행위를 새로 만든 법률로 처벌할 수 없다는 헌법 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법무부의 집단소송법 제정안 제3조에는 ‘이 법은 이 법 시행 이전에 생긴 사항에도 적용한다’고 규정해 소급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헌법 제13조 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다만 과거에 시작됐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사안인 경우 ‘부진정(不眞正) 소급적용’에 해당해 소급입법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때도 한계가 있다. 입법의 공익적 효과에 비해 해당 법률을 적용받게 될 대상의 재산권 등 권리 침해가 지나치게 클 경우에는 부진정 소급적용을 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다.

집단소송법 제정안의 경우 피해자가 50인 이상인 사건에서 1, 2명이 소송을 제기해 배상 판결이 나오면 나머지 모든 피해자에게도 배상할 의무가 발생해 소송을 당한 기업이나 기관으로선 가혹한 부담을 떠안게 된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집단소송의 특성상 일단 피해가 인정될 경우 기업이 중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에 부진정 소급적용의 예외사례에 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하기 전이라도 집단소송에 필요한 증거 조사를 허가받을 수 있도록 한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제도)에 대해선 “기업들이 증거를 찾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하고, 영업비밀 등이 노출돼 사유재산을 침해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법행위를 한 기업에 실제 손해보다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우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전면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중처벌’에 해당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광범위하게 시행되는 미국의 경우 형사처벌을 별도로 받지 않고 징벌적 손해배상으로만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반면 한국은 형사처벌에 더해 징벌적 성격의 민사 책임까지 져야 하는 것이다. 헌법 제13조 1항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예측하기 어려운 피해액의 최대 5배를 부담하도록 한 점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이라는 시각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오남용 우려 때문에 미국 외 국가에선 보기 드물다”며 “우리 법률시장에 변호사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이 제도가 오남용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유원모·위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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