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가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우려한, 극단적으로 건조한 기후의 전조 같은 것이 거세지는 산불일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리건주 워싱턴주 등 서부에서 올 7월 말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 산불은 우리나라의 20%에 해당하는 면적을 태우고 아직도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9월부터 올 5월까지 9개월간 이어진 호주 남동부 산불은 최근 10년간 발생한 전 세계 산불 중 최악이었다. 우리나라 면적의 63%를 태웠다.
▷극지방에서도 산불이 거세다. 지난해 7월에서 9월까지 발생한 시베리아 산불은 우리나라 면적의 30%를 태웠다. 올해도 러시아와 캐나다의 북극 가까운 지방에서 큰 산불이 이어졌다. 극지방의 산불은 한 해 전의 불씨가 땅 밑으로 기어들어가 토탄 속에 겨우내 은신하다 봄에 기온이 올라 축축하던 땅이 건조해지면 지면으로 올라와 부활하는 까닭에 ‘좀비 화재’로 불린다.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이 더워지면서 좀비 화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산불의 불똥이 미국 대선에도 튀었다. 기후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산불을 민주당 주지사들의 산림관리 책임으로 몰아가자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를 ‘기후 방화범(climate arsonist)’이라고 몰아세웠다. 2007년 유엔 기후회의에 참가한 과학자들은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고치를 찍게 한 뒤 2050년까지 반 이하로 감축하는 긴급계획을 짰다. 미국 중국 등 강대국 지도자들의 비협조로 올해 최고치를 찍는 목표는 오래전 물 건너갔다. 방치하다 인류가 통제할 수 있는 선을 넘지 않을까 걱정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