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리 국민 사살] 北, 실종 다음날 NLL 인근서 발견… 탈진한 표류자 바다에 방치 방독면 쓴채 신문… 6시간뒤 총쏴, 훼손한 시신 수습도 않고 현장 떠나 평양 지시 기다리느라 지체 가능성
○ ‘상부 지시’로 처형 후 시신에 기름 붓고 불태워
군에 따르면 이 씨는 21일 오전 11시 30분경 소연평도 해상의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된 뒤 다음 날(22일) 오후 3시 반경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발견됐다. 군 관계자는 “당시 이 씨는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1명이 탈 수 있는 규모의 부유물을 붙잡고 있었다”고 전했다. 최초 실종 직후 28시간 동안 수온이 낮아진 바다를 표류하면서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북측 인원들은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한 채로 바다에 떠 있는 이 씨와 일정 간격을 유지하면서 표류 경위와 월북 진술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고 군은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이 씨를 건져 올리지 않은 채 신문을 한 것이다.
북한의 반인륜적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북측 인원들은 오후 10시경 총격으로 사망한 이 씨의 시신에 접근한 뒤 기름을 붓고 불태우기까지 했다. 오후 10시 11분경 북측 현장에서 20km 이상 떨어진 연평도의 우리 군 감시장비에도 시신을 불태우는 불빛이 포착됐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아군 관측 장비에 시신을 훼손하는 불빛이 40분간 잡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불빛이 지속된 시간과 우리 군에 관측된 거리 등을 고려해 볼 때 최소 수십 L의 기름을 이 씨의 몸에 붓고 불을 질러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북측은 이 씨의 시신을 수습하지 않은 채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 김여정 등 북 수뇌부 지시했나
이번 만행을 저지른 북한군은 해군 소속이라고 군은 설명했다. 남포에 있는 서해함대사령부 예하의 말단 부대라는 얘기다. 서해함대사는 6개 전대에 420여 척의 함정을 운용하고 있고, 그중 60%가량을 NLL 인근에 전진 배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북―중 접경뿐만 아니라 NLL 등 남북 접경도 무단 월경 발견 시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도 북한이 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해 중국과의 국경에 특수부대를 배치해 무단으로 넘어올 경우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군은 이런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코로나19가 북한군 경계작전에 미칠 파장을 우리 군이 간과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북 정보 판단에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