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진균 정치부 차장
21일 오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본인과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건설사가 피감기관으로부터 1000억 원대의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덕흠 의원과 국민의힘에 대한 성토장에 가까웠다. 신 최고위원은 박 의원을 겨냥해 ‘부패방지법 위반’ ‘제3자 뇌물수수죄 해당’ 등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비판의 속내를 감출 생각도 없었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전화로 휴가 승인을 특혜라고 장관직 내놓으라더니 부패정당, 적폐정당이 이름만 바꿨다고 정의와 공정을 논할 자격 생기는 것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을 정조준한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전화 한 통화 했을 뿐이고, 박 의원은 1000억 원대를 부당하게 챙겼다는 의혹이 있으니 ‘너희 국민의힘은 더했잖아’라는 얘기였다.
다만 여당인 민주당이 늘 이런 식인 것은 다른 문제다. 민주당은 악재가 터지면 ‘깜도 안 되는 의혹’ ‘소설을 쓴다’며 의혹을 일단 부인하고 뭉갠다. 그러다가 실체가 하나둘 드러나면 ‘검찰 수사 또는 재판 결과를 보고 판단하자’며 한발 물러선다. 그래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마지막엔 ‘국민의힘은 더했다’고 다시 치고 나온다.
이런 민주당의 ‘너희는 더했잖아’ 식의 정치는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일시적으로 당 지지율 하락세도 멈추게 만든다. 하지만 겉으론 멀쩡하고 속으론 멍들고 있다는 것을 민주당은 잊은 듯하다.
2014년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싸가지 없는 진보―진보의 최후 집권 전략’이란 저서에서 진보 진영의 문제점을 ‘무례함, 도덕적 우월감, 언행 불일치’ 등 세 가지로 꼽은 적이 있다. ‘싸가지 없는 진보’에 대한 반성론은 당시 끊임없이 회자되던 화두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펴낸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우리가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것이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하지만 어느덧 집권 4년 차에 접어든 민주당은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있다. 18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서 ‘무당층’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3%로 4월 총선 이후 최대치였다. 갤럽 측은 “4월 총선 이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라고 했다. 무당층은 20대가 55%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38%로 나타난 30대였다. 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이 점차 등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