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그러나 이번 추석만큼은 예외다. 사실 모든 며느리라고 말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며느리들은 추석 같은 명절을 기쁨보다는 부담으로 느낄 것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기쁨’도 잠시, 그 다음 문제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외국인 며느리에게 한국의 명절은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명절에 며느리들은 시댁에서 어른들을 모시고 집안일을 시어머니와 함께 담당한다. 명절에 가장 놀랐던 문화 중 하나다. 왜 남녀가 함께 집안일과 음식 준비를 하지 않으며, 남녀가 식사 자리를 따로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살면서 문화적 역사적 맥락을 통해 조금씩 이해해왔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한 번에 이해하기 힘든 한국 문화나 정서를 조금 고민하다가 그 의미를 알게 될 때가 많다.
한국 사회는 모든 것을 빨리 결정하고 실행하는 편이다. 대표적인 예로 수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지만 이제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것처럼 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혼자 사는 사람이 빠르게 늘면서 지난해 전체 1인 가구 수가 600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육박하면서 한국의 거주 형태나 생활 문화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사회도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비혼 싱글들을 위해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여러 서비스를 내놨다. 주택과 인테리어 시장도 1인 가구에 맞춰 변하고 있다.
나는 외국인이지만 한국인 남편과 자녀, 가족을 둔 사람으로 언제나 한국의 전통을 존중한다. 한국 사회는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하면 그것을 스펀지처럼 금세 흡수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빠른 변화가 우려스러운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존중했던 많은 명절 문화가 비대면으로 전환될까 걱정이다. 명절이 지닌 장점과 문화적 손실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1인 가구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가족 구성원이 모두 모이는 행사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시대와 상황이 변화를 요구한다면 이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해 소중한 문화와 전통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작된 ‘비대면 세상’은 편리할지는 모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서적 불안과 인간관계 단절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앞으로 얼마나 이 답답한 상황이 지속될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가정 내에서라도 아이들에게 한국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전달하고 학교나 교육기관에서는 아이들과의 소통을 늘려갈 필요가 있다. 그러면 우리가 함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