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리 국민 사살]軍, 무대응 논란
실종되기 전 탔던 배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이 실종되기 전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4일 오전 인천해양경찰서 조사를 받기 위해 해상에 떠 있다. 정부는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하는 대북통지문을 보냈지만 북한은 아직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인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사살하고 불태울 것을 전혀 상상 못했다”는 軍
24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몸을 의지해 기진맥진한 상태였던 이 씨는 22일 오후 3시 반경 북한 황해남도 등산곶 인근 해안에서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의해 발견됐다. 군은 이 같은 정황을 통신감청 등을 통해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군은 이 씨가 오후 4시 40분경 북측에 표류 경위와 월북 의사를 밝힌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로부터 5시간 뒤인 오후 9시 40분경 상부 지시가 떨어지자 북한 해군은 이 씨에게 총격을 가했다. 결국 군이 이 씨가 총살되기 6시간 10분 전 NLL 북쪽 해역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지켜보기만 했던 셈이다.
이에 대해 군은 북측 해역에서 벌어진 사건이었고 우리 영토, 영해가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라 실시간 대응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또 이날 오후 3시 반경 북한군에 이 씨가 포착됐다는 첩보를 입수했을 땐 이 씨의 위치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 11분경 북한군이 이 씨 시신에 불을 붙인 정황이 연평도의 우리 군 감시장비에 불빛으로 포착되고 나서야 발생 지역이 등산곶 인근이란 것을 파악했기 때문에 이 씨를 구하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최대 6시간의 ‘골든타임’ 동안 군이 국제공통상선망 등 가능한 모든 통신수단을 동원해 북한에 인도적 차원에서 이 씨를 송환할 것을 요구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군은 지난해 6월 동해상에서 표류 중이던 북한 어선을 북한 측에 인계할 때는 국제공통상선망을 통해 북한과 정보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6월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차단한 군 통신선은 현재 재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군은 이 씨가 북측에서 발견된 이후 25시간이 지난 23일 오후 4시 45분에야 유엔사령부를 통해 북한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는 대북통지문을 보냈다.
군이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바로 사살하고 불태울 것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발언한 것도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군은 북측과 연락을 시도하지 않은 이유로 우리 군의 첩보 자산이 북한에 노출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 이미 사망 파악하고도 사실관계 은폐 의혹
이와 함께 군은 이미 이 씨의 피격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은폐, 축소한 정황도 드러났다. 국방부는 23일 오후 1시 반 문자 공지를 통해 이 씨의 실종 사실을 언론에 전파했다. 해당 공지엔 “실종자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이 포착돼 정밀분석 중에 있다”는 내용만 담겼다. 군은 세부 내용에 대한 질의에 “파악된 사실이 없다”며 관련 내용에 대한 언론의 브리핑 요청을 거부했다.
23일 이 씨의 생사를 둘러싸고 각종 추측이 제기될 때도 군은 “생존 여부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만 했다. 이후 군은 24일 오전에야 이 씨의 사망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수집된 첩보를 모두 분석해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 필요했다. 의도적으로 은폐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