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전경사진. © News1 DB
최근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한꺼번에 멈춘 고리·신고리 원전 4기가 오는 10월 중순쯤 재가동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추석 명절 직전에 고리원전 재가동을 목표로 재정비를 추진중이지만 정부 관계부처에서는 10월 2째주를 예상하는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원전 6기(고리 3·4호기 신고리 1·2호기 월성2·3호기) 발전이 정지된 초유의 사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고리원전이 모두 폐쇄되기까지 불과 3~5년정도 남았기 때문에 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충분히 재논의해볼 만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지난 3일 0시59분쯤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지나가면서 신고리 1호기가 멈췄고 같은날 오전 1시12분에는 신고리 2호기가 가동이 중단됐다. 이어 오전 2시53분에는 고리 3호기가 꺼졌고 오전 3시1분에는 고리4호기도 멈췄다.
다음날인 4일 0시29분쯤에는 외부전력을 끌어들여 공급하는 기동용 변압기 전원도 상실되면서 고리3호기와 고리4호기 비상디젤발전기가 기동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OPIS)에 따르면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고리 1호기와 고리 2호기도 각각 3일 오전 2시25분과 오전 2시55분에 비상디젤발전기가 작동됐다.
지난 7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북상했을 당시에는 월성 2호기와 3호기도 터빈 발전기가 멈춰섰다.
한수원은 월성 2,3호기가 중단되자 ‘발전소 밖의 송전설비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추정했다. 고리원전 4기가 멈춘 이유도 “높은 파도와 강풍 영향으로 다량의 염분이 전력설비에 유입돼 고장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전력공급에 문제가 생겨 비상디젤발전기가 기동되더라도 보조발전기와 이동형발전기가 준비돼 있지만 6개 원전이 한꺼번에 정지되는 상황이 일어난 것은 분명 정상범위를 벗어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수희 부산에너지행동 활동가는 “염분 때문에 원자력발전소 6기가 모두 소외전원 상실됐다는 한수원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바닷가에 발전소를 세웠을 때는 염분으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고려해서 설계하고 재질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전은 부품 시험성적서를 위조해서 공사하거나 부실시공으로 인한 문제가 뒤늦게 드러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하다”며 “사고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부터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자력 안전위원회 관계자는 “고리원전 4기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와 보고서가 마무리되지 않아 기다리고 있다”며 “한수원은 염분이 유입돼 송수신계 설비에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하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정재준 원자력안전 및 방재연구소장(부산대 기계공학부 원자력시스템 전공 교수)은 “태풍 ’매미‘ 때도 (송전선로가 고장나는)유사한 사례를 겪었는데도 또다시 태풍으로 원전 가동이 중단 된 것은 안타까운 점”이라며 “스위치 야드 관리가 미흡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한수원이 얼마나 대비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명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전 원자력안전학회장)는 “상식적으로 원전 6기가 한꺼번에 중단된 것은 정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이번 태풍이 범상치 않았던 것은 맞지만 위력이 더 센 태풍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강력한 자연재해에도 부품 장애 문제가 없도록 단단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