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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살’ 지시한 북한 ‘상부’는 어디?…군 대응이냐 평양 지시냐

입력 | 2020-09-25 11:30:00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승선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가 지난 24일 오후 해양경찰의 조사를 위해 대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2020.9.24/뉴스1 © News1


북한군이 서해 최북단인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남측 공무원을 발견 6시간 만에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것과 관련해 이 같은 지시를 내린 ‘상부’가 어디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군 관계자는 전날(24일) 브리핑에서 북측이 해군 계통의 ‘상부 지시’로 실종자에게 사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군이 실종자를 사살하기 직전 우리 군이 이 같은 내용의 북한군 내부 첩보를 포착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북한 선박은 22일 오후 3시30분쯤 실종자를 발견하고 표류 경위를 확인하고도 해상에 내버려 두다가 오후 10시를 전후해 실종자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웠다.

실종자 발견부터 사살까지 약 6시간이 소요됐다는 것은 이번 지시가 월경한 남측 국민에 대한 기존 대응 지침에 따른 현장 대응이 아니라 상부 보고와 지시 등 지휘 체계가 가동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관건은 이 6시간 동안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누구로부터 사살 지시가 내려졌는지 등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대응은 물론 향후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평양까지 보고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대남 총책을 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나, 군 수뇌부의 결정을 기다리느라 6시간이나 소요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지시는 관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비무장 남측 국민을 사살 후 시신을 불에 태우는 등 극단적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이것이 향후 남북관계나 국제 여론에 불러올 파장을 예상했다면 해군 선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평양이 직접 지시를 내렸다면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한 셈이 된다. 이럴 경우 북한이 사과에 가까운 ‘유감’을 표할 가능성은 작아지고 지난 6월 북한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는 역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평양의 의중을 잘못 읽은 군이 현장에서 지나치게 ‘원칙적’으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정무적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못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관련 자체 지침을 철저히 따랐다는 것이다.

북한은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북중 접경 지역 무단 월경자를 사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남북 접경 지역에 대해서도 같은 지시가 내렸을 수 있다.

만약 해군 차원에서 나온 지시였다면 북한이 전격적으로 유감 표명을 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당장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할 의사가 없다고 하더라도 향후 상황 관리 차원의 메시지는 북한도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은 이번 사건 관련 정부의 책임자 처벌 요구와 규탄 입장에도 25일 현재까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