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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했던 軍 ‘월북’ 발표…유가족 반발에 의문점 여전

입력 | 2020-09-25 12:24:00

서욱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긴급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9.24 © News1


서해 상에서 월경을 하던 중 북한 경계병의 총에 맞고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를 정부가 월북자로 판단해 곧바로 공개한 점을 두고, 유가족 측이 반발하면서 진실공방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조차 ‘월북 발표’에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월북가능성, 동기 등 추가 조사를 통해 발표해야할 내용을 사건발표 시점부터 ‘월북’으로 특정해 발표한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리 국민이고 두 자녀의 아빠인 A씨를 서둘러 ‘월북자’로 만든게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그 의도성까지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군은 직접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감청 등 정보자산을 통해 A씨의 월북의사를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전날 “(북한 경비정이) 22일 오후4시40분 정도에 표류경위와 월북진술을 들은 것으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Δ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신발을 유기한 점 Δ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Δ월북의사 표시등 자진월북을 시도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서욱 국방부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서도 A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고 신발을 가지런히 두었다는 정황과 더불어 내부 정보 분석을 바탕으로 그를 월북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 힘 간사인 한기호 의원은 긴급현안보고가 끝난 뒤 국방부가 실종 공무원의 월북 시도를 판단한 이유는 4가지였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브리핑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군은 감청 등 정보자산 노출을 우려해 발표 내용을 축소했다. 전날 회의에서도 정보 유출이 우려되는 부분은 ‘비공개’로 처리했다. 북한군이 해상에서 진술을 받고 그 진술이 상부로 보고되는 것을 우리 군은 감청으로 들을 수 있다.

해경은 이날 군의 ‘월북 판단’에 더해 ‘월북의도’ 까지 언급하면서 논란을 부채질했다.

신동삼 인천해양경찰서장은 “A씨가 당시 조류 상황을 잘 알고 있는점, 평소 채무 등으로 고통을 호소했던 점, 국방부 관련 첩보 등을 종합해 볼 때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A씨의 친형이 페이스북과 방송 인터뷰를 통해 군과 해경의 ‘월북 판단’을 조목조목 부인하고 나섰다.

이씨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월북이라는 단어와 근거가 어디서 나왔는지도 의문”이라며 동생을 월북자로 특정한 명확한 근거를 요구했다. A씨의 경제적·가정적 문제에 따른 월북 가능성에 대해 “돈 없고 가정사가 있다면 다 월북해야 합니까”라고 반박하며 “진실을 밝히고 곧 기자회견을 준비할 것”이라고 썼다.

이씨는 이날 KBS라디오, CBS라디오 등과의 인터뷰에서 “대기업도 빚지고 사는데 서민들 중 빚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며 “빚 있으면 월북한다는 이런 말은 용납이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월북이라는 용어를 짜맞추기 위한 어떤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조차 A씨가 월북의사를 갖고 북으로 넘어갔다는 군의 판단을 두고 여전히 의문점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우선 A씨가 북한측에 월북의사를 밝혔다는 정황이 나왔다는 군의 설명이 녹취 등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한 게 아니라 감청을 통해 첩보로 확인한 것으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아울러 해상상황에 익숙한 A씨가 동력없이 부유물(튜브)에 의지해 하루 이상을 표류한 사실을 놓고 시간의 행적 뿐 아니라 월북 의도에도 의문이 나온다.

해군 예비역 장교 A씨는 “A씨가 타고 간 부유물에 동력이 없다면 조류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북으로 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군 발표를 종합하면 A씨는 꼬박 하루 이상을 한명 정도가 탈 수 있는 부유물에 의지한 채 표류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A씨는 두 자녀를 둔 40대 우리 국민이다. 이 때문에 녹취된 본인 진술도 아니고 감청 등 정보자산을 통해 얻을 정보를 근거로 ‘월북자’로 판단해 바로 공개하기 보다는 추가조사를 통해 의문점들이 어느 정도 해소될 때 공개해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