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베스트 닥터]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 부작용 없는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 씨름-펜싱 등 유명선수 재기 도와 히딩크도 13년만에 테니스 라켓 휜다리 교정 등 치료사례로 논문… 올해에만 국제 학술지에 4편 게재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은 인공 관절 수술 대신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으로 무릎을 고친다. 송 원장은 스포츠 의학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베스트닥터이기도 하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2014년 1월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국내 한 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받았다. 히딩크 전 감독은 오래전부터 무릎이 좋지 않았다. 네덜란드에서 수술도 받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통증이 심해졌고 무릎을 굽히기도 쉽지 않았다.
그를 수술한 의사는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50)이다. 송 원장은 2007년부터 10여 년 동안 대한축구협회 주치의를 맡았다.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이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다. 히딩크 전 감독이 인공 관절 수술을 검토하던 차에 송 원장이 다른 방식으로 수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만남이 성사됐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왼쪽)이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에게 진료를 받고 있다. 강남제이에스병원 제공
○ 스포츠 의학의 최고 강자
송 원장에게 진료를 받겠다며 전국에서 오는 환자가 꽤 많다. 히딩크 전 감독의 수술 성공 소식이 한몫을 했겠지만, 사실 송 원장은 스포츠 의학 분야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의사다.
2019년 백두장사를 거쳐 천하장사에 등극한 장성우 선수도 송 원장의 손길을 거쳤다. 장 선수는 고3이었던 2015년 2월, 연골이 뼈에서 떨어져나가는 병(박리성 골연골염) 4기 판정을 받았다. 몇 군데 병원을 다녔지만 의사들은 씨름을 포기하라고 했다. 장 선수는 마지막으로 송 원장을 찾았다. 송 원장은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 수술을 시도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1년 후 장 선수는 씨름판에 복귀할 수 있었다. 3년 후, 장 선수는 마침내 씨름판을 평정하는 ‘인간 승리’를 이뤄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펜싱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박상영 선수도 송 원장의 환자였다. 박 선수는 대회가 열리기 1년 전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인대 재건 수술과 재활 진료를 송 원장이 맡았다. 그 덕분에 박 선수는 올림픽에 나갈 수 있었고, “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
○ 인공 관절 대신 줄기세포 치료
송 원장의 줄기세포 치료는 어떻게 이뤄질까. 우선 닳은 연골을 제거한다. 이어 뼈에 2mm 간격으로 구멍을 뚫고 그 구멍에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제를 주사한다. 그 치료제는 환자의 몸에 있는 자가 줄기세포를 자극해 연골로 분화하게 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줄기세포가 연골이 되는 게 아니라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가 연골로 분화하는 게 특징이다. 송 원장은 “자신의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이식의 장점은 무엇일까. 송 원장은 “이후로는 스포츠 활동을 해도 큰 지장이 없다”고 장담했다. 송 원장은 “국제 스포츠의학 저널에 따르면 인공관절 수술 환자 10명 중 3명만이 골프와 같은 운동을 할 수 있다”며 “연골 재생의 경우 거의 100% 수술 후 운동이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수술 후 6∼8주는 생활에 불편을 느낀다. 목발이 필요하다. 3개월이 지나면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가능하다. 완전히 연골이 원래대로 복원되려면 1년은 걸린다. 이때부터 스포츠 활동도 부분적으로 가능하다. 물론 체계적인 재활 프로그램이 병행돼야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골 재생은 불가능하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송 원장은 도전했고, 성과를 냈다. 그동안 1700여 건의 수술을 했다. 이 중 3년 치 데이터 300여 건을 모아 4년 동안 추적 관찰한 뒤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올리기도 했다.
○ 휜 다리 교정할 때도 줄기세포 치료
2014년 68세의 여성 A 씨가 송 원장을 찾아왔다. A 씨의 무릎 연골은 거의 닳았고, 다리는 바깥쪽으로 휘어 있었다. 이른바 ‘새 다리’였다. 송 원장은 A 씨에게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를 했다. 연골이 생성됐고, 휜 다리마저 교정됐다. 올해 74세가 된 A 씨는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스포츠 활동도 끄떡없다고 송 원장은 전했다.
휜 다리도 줄기세포 치료로 고칠 수 있다. 60대 후반 여성의 휜 다리(왼쪽 사진)가 반듯하게 펴졌다. 강남제이에스병원 제공
강남제이에스병원에는 송 원장을 포함해 의사가 5명이다. 대학병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규모이지만 지금까지 6편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앞으로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을 세울 정도로 연구 활동도 활발하다.
사실 송 원장은 원래 법조인이 꿈이었다. 약국을 운영했던 아버지의 한마디가 진로를 바꿨다. 아버지는 대충 약을 지어주는 법이 없었다. 약을 남용하는 손님에겐 “약 안 먹어도 낫는 병”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아픈 사람을 돌보고 살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의사의 길을 택했다. 송 원장이 본과 3학년 때 아버지가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두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투병 기간에 송 원장은 의사의 ‘민낯’도 많이 봤단다. 어떤 의사는 회진 때 무표정한 얼굴로 아버지를 보고는 돌아섰다. 어떤 인턴은 음식물을 삽입하는 관을 대충 꽂았다. 의식이 없는 환자를 배려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환자의 가족을 위로하려고 “오늘은 혈색이 좋으세요. 일어나시려나 봅니다”라며 용기를 북돋워주는 의사도 있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진 않았지만 고마웠다. 이후 송 원장에겐 철학이 생겼다. 의사가 환자 가족에게 구세주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래서 새로운 치료법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게 의사의 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단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