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 벗어난 ‘앰비언트 뮤직’ 주목
잡음처럼 들리지만 음악적 창작물… 보컬-가사 없이도 잔잔한 감동
나무서 얻은 전기신호와 악기 연결
루시드폴 13분짜리 신곡 큰 반향

앰비언트 뮤직 듀오 ‘살라만다’가 공연을 하고 있다. 노트북과 컨트롤러를 이용해 미리 준비한 음원을 실시간으로 변형하는데, 빛을 활용한 시각적 연출도 가미한다. 일민미술관 제공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유튜브에만 공개한 13분 33초짜리 신곡 ‘Moment in Love’에 대한 감상이다. 소리 소문 없이 한 달 만에 조회수 1만 회를 넘겼다. 제주 자생 진귤나무와 인간 루시드폴이 함께 연주한 결과물이다. ‘신기한데 또 아름답다’ ‘진짜 숲속에 있는 느낌’ ‘오늘부터 내 수면 송(song)’ 등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최근 전화로 만난 루시드폴은 “화분에 담긴 아기 진귤나무에 센서를 부착해 전기신호를 받은 뒤 이를 모듈러 신시사이저, 컴퓨터 가상악기와 연결해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루시드폴은 ‘Moment in Love’를 포함한 앰비언트 뮤직(ambient music) 성향의 작업물 4곡 등 여러 곡을 담은 신작 앨범을 올해 말 LP레코드로 낼 생각이다.
앰비언트 뮤직의 첫인상은 ‘편안하다’ 또는 ‘지루하다’다. 1978년 앨범 ‘Ambient 1: Music for Airports’를 내며 깃발을 꽂은 영국의 브라이언 이노가 현대 앰비언트 뮤직 시대의 선구자다. 그 이후 해럴드 버드, 에이펙스 트윈,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 등 다양한 음악가가 나타났고, 일정한 비트를 가진 ‘앰비언트 하우스’로 변형돼 런던 댄스클럽의 휴게실을 메우기도 했다.
근래 막스 리히터, 요한 요한손, 올라뷔르 아르트날츠, 닐스 프람 등 앰비언트의 요소를 대거 활용하는 이들이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영화음악 작곡가로도 각광을 받는다.
국내에서도 작은 클럽을 중심으로 연간 몇 차례 앰비언트 파티가 따로 열리고 있다. 20, 30대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도 잇따라 출현한다.
20대 여성 듀오 ‘살라만다(Salamanda)’는 영국 ‘NTS 라디오’에도 출연하며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었다. 클래식 작곡을 전공한 멤버 만다(본명 장예진·27)는 “(미국 미니멀리즘 음악가) 스티브 라이시를 좋아하며 댄스뮤직 DJ로 활동하다 지난해 팀을 결성했다”면서 “전형성에서 탈피한 아름다움, 복잡한 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신적 공간 제공이라는 면에서 앰비언트 뮤직의 매력이 있다”고 했다.
지난해 데뷔한 20대 남성듀오 ‘호수(Hosoo)’의 필수품도 휴대용 녹음기. 멤버 변웅수 백호현 씨는 “파도 소리, 빗소리도 녹음해 쓰는데 ‘그래뉼라’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아이패드를 손가락으로 터치하며 직관적으로 음악을 만든다”고 했다.
일견 기나긴 잡음으로 오해하기 쉬운 앰비언트 뮤직의 장점은 똑같은 곡이라도 듣는 이가 저마다 다른 감정을 느낄 정도로 해석이 무한정 열려 있다는 것. 별다른 가사도 없고 화성적 드라마도 느슨하기 때문이다.
최근 e메일로 만난 영국 허더즈필드대의 몬티 아드킨스 교수(실험음악 작곡가·앰비언트 뮤직 전문가)는 “(뉴에이지 등) 다른 장르의 배경음악이 음악에서 의심과 불확실성을 제거한다면 앰비언트는 이를 유지하면서 청자(聽者)의 환경에 자극을 준다”면서 “무심히 흘려들어도 좋지만 집중해 감상하면 가장 단순해 보이는 (음악적) 아이디어의 대단한 복잡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