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리 국민 사살]
지켜보기만 한 軍, 비판 거세져
“국제상선통신망으로 확인 요청… 우리측 인지 알렸다면 상황 달라져
9·19군사합의 얽매여 北눈치”

서욱 국방부 장관이 25일 제72주년 국군의 날을 기념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민간인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에서 북측에 발견된 상황만 놓고 보면 군사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NLL 일대에서 우리 군의 대응은 북한군 함정이나 민간 어선의 월선과 군사적 도발을 방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북한 선박이 NLL을 침범할 경우 우리 군은 교전규칙에 따라 ‘경고방송 및 시위기동, 경고사격, 격파사격’으로 수위를 높이면서 조치한다. NLL을 넘어 북한 영해로 들어간 민간인을 즉각 구조하기 위한 작전적 매뉴얼은 따로 명시된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군이 너무 안이하게 판단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경색된 남북관계를 감안할 때 이 씨에 대한 북측의 위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응에 나서야 했다는 얘기다. 군 소식통은 “이 씨임을 특정하는 첩보를 포착한 직후 국제상선통신망 등으로 북측 선박에 긴급 확인 요청을 하는 동시에 해군 고속정을 현장 인근의 NLL 일대로 출동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1년 전의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26일 북한 단속정 1척이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서해 NLL을 침범하자 우리 군은 선박과 선원 4명(북한군 소속)의 신병을 조사한 뒤 배를 수리해 북측 함정에 인계했다. 당시 군은 “9·19합의 정신에 입각해 인도적 차원에서 절차에 따라 인도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1년 뒤 NLL을 넘어가 북한 해역에서 표류하던 이 씨는 북한 단속정의 선원들에 의해 잔인하게 사살된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25일 성명을 내고 “북한의 비인도적 행위는 전시에도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의 제네바협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유엔 서울사무소에 한국과 북한에 대한 긴급 방문조사를 요청하는 서한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