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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교육기기 선도기업… 코로나 위기 속에 기회 찾아

입력 | 2020-09-28 03:00:00

㈜아하정보통신




1990년대만 하더라도 디스플레이 장치는 영상이나 이미지를 보여주는 기능만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터치형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만드는 제품도 많지 않고 나오는 제품들도 대부분 틀에 박혀 단순했다. 그런 가운데 ㈜아하정보통신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칠판이나 교탁 등 기존 시장 제품에 결합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이다.

아하정보통신은 1995년 설립 이래 스마트 터치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패드 제품군으로 영역을 지속적으로 넓히면서 성장했다. 업계에서 아하정보통신 하면 터치 디스플레이의 가능성을 확장한 기업으로 일컬어진다. 터치 디스플레이를 다른 제품에 접목하기 위해선 어떤 제품에 이를 접목할지 판단하는 기획력, 실제 원활한 접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기술력이 모두 중요하다. 아하정보통신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사는 기술 투자를 통해 터치 디스플레이에 대한 응용 기술력과 이해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디스플레이 장치 칠판, 원격제어가 가능한 교탁, 스마트패드 기기 등 다양한 교육기기 제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응용 기술력 덕분이었다.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처럼 보여도 원활하게 작동하는지, 편의성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면 기준을 넘을 수 있는 업체가 드물다.

㈜아하정보통신의 전자칠판.

아하정보통신 관계자는 “자사와 거래한 업체들이 다시 이곳 제품을 찾게 되는 이유가 바로 기술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터치패널은 적외선 센서 및 전자기장 센서 관련 특허와 전자칠판 시스템 특허 등 50여 개 기술을 적용해 우수한 터치감과 내구성을 자랑한다. 초당 120번의 터치 좌표를 전송해 터치 인식 반응이 빠르고 굿소프트웨어 인증을 받은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판서감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터치 디스플레이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기능성 디스플레이로 영역을 넓혔다. 이러한 방향 전환과 영역 확장은 최근 예정보다 빠른 결실을 맺었다. 바로 얼굴인식 발열 체크 시스템 ‘스마트패스’다. 스마트패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히트 상품으로 부상했다. 관공서, 지자체, 영화관,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등과 같은 유명 프랜차이즈,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시설에 설치돼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제품이다.

㈜아하정보통신의 스마트패스.

아하정보통신 측은 마스크를 착용해도 0.5초 내로 대상자 얼굴을 99%까지 판독하고 고온의 발열자를 찾아내는 기술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턱에만 걸친 경우 “마스크를 착용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표시되거나 음성으로 알려준다. 온도가 37.5도 이상이거나 마스크 미착용 시 출입 금지 알람이 울린다. 아하정보통신 구기도 대표는 “판독 측정오차 ±0.3∼0.5도로 사실상 오차가 없는 제품”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패스 제품의 생산량은 1일 1000대이며 산업용 열화상 카메라보다 3배 이상 저렴하다는 것 역시 강점이다. 최근에 세간의 오해로 기인된 회사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고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자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스마트패스 매출을 필두로 지난해 대비 3배 규모인 약 100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최근 해외 주문량이 많아지면서 글로벌 무대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한편 학교의 비대면 수업방식과 정부의 뉴딜정책에 그린 스마트 스쿨 사업이 들어가면서 디지털 교육기기 전자 칠판, 전자 교탁 등에서도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의 질문에 교사가 답하는 대신 AI 전자칠판이 답하는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하정보통신 측은 제품이 출시되면 미국 공공정보 디스플레이 업체 1위 기업인 플래너에 대량으로 납품할 계획이다.






▶구기도 대표 인터뷰
“기술에 투자가 최근 사업성과 결실로 돌아와”

아하정보통신 구기도 대표는 기술 투자를 강조해온 기업인이다. 매년 매출액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관련 인력은 전체 직원의 30%를 차지한다. 이런 기술 중심 투자 덕분에 아하정보통신은 현재 100여 건에 달하는 특허와 400∼500개 되는 지식재산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2008년 전자유도방식 터치 센서 원천기술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확보했고 이듬해 액정표시장치(LCD) 태블릿 모니터 신기술인증(NEP)을 획득했다. 2015년 세계 최초로 75인치 기반 P-cap(정전용량방식) 터치 센서를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LG디스플레이와 함께 액정과 터치패널이 일체화된 인셀(In-cell) 방식의 터치 센서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구 대표는 “이러한 기초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스마트패스도 선보일 수 있었다”며 “스마트패스의 매출은 기존 스마트 교구 사업의 매출을 넘어설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3년 전 개발한 터치스크린 살균장치도 아하정보통신의 응용 기술력이 접목된 제품이다. 구 대표는 “전자칠판을 UV-C 자외선 파장으로 살균하는 장치를 개발했는데 코로나 사태로 키오스크, 은행 현금인출기 등에 활용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10월에 15인치 디스플레이도 1.5초 만에 살균할 수 있는 살균장치를 부착한 은행 자동화기기(ATM)용 살균 키트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구 대표는 창업 초기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달았다. 최고의 리스크 관리는 결국 차근차근 기술력을 다져나가는 것이라는 경영원칙을 밝혔다. 그는 NEP 중소기업 기술혁신 국무총리 표창, 차세대 성장동력 기술혁신대상, 신기술실용화 대통령 표창, 동탑산업훈장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