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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수업에 식당 수입 90% 줄어, 대학가 “문 열면 손해”

입력 | 2020-09-26 14:56:00


*사바나는 ‘사회를 바꾸는 나’의 준말로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입니다. 한마디로 2030 세대의 놀이터입니다.

대학교 가을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캠퍼스 분위기는 여전히 적막하기만 하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학교는 물론 대학 주변 상권도 암울하긴 마찬가지. 9월 21일 오후 5시경,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국외국어대와 경희대 근처 회기역 주변 상가들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식당 테이블은 텅 비어있고, 카페, 노래방, 편의점 등 업종을 불문하고 도처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회기역 근처에서 만난 휴학생 윤모(25) 씨는 “학교 강의가 비대면으로 진행 중이라 아직 지방에서 올라오지 않은 친구들이 많다”며 “공부할 곳이 마땅치 않은 학생들이 학교 도서관에 오긴 하지만 예전처럼 친구들과 모여 밥을 먹거나 늦게까지 술을 먹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국외대와 경희대는 10월 4일까지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에는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강의 방법을 결정할 방침이다. 9월 20일 부산 동아대 부민캠퍼스에서 일어난 집단감염 사례를 보더라도 정상적인 대학생활이 언제쯤 가능할 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힘들다.

“문을 열 수도 닫을 수도 없어”

회기역 먹자골목은 대학가 상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휑했다. [오홍석 인턴기자]

회기역 근처 최대 상권으로 꼽히는 먹자골목은 최근 들어 매출이 90% 가량 떨어졌다. 이탈리아 식당을 운영하는 허모(39) 씨는 “예전에 비하면 매출이 10%도 안 된다”며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월부터 계속 같은 상태”라고 말했다. 여름방학이 지나면 회복이 좀 될까 싶었지만 이 역시 헛된 희망이었다. 허씨는 “학교가 개강은 했어도 원격수업만 하니 매출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회기역 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회기 파전골목’에도 적막이 감돌았다. 한 두 테이블씩 자리가 채워져야 할 시간임에도 대학가 상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조용했다. 파전가게에서 재료를 손질하던 한 직원은 “차라리 정부가 3단계 조치를 하면 시원하게 문을 닫을 텐데, 장사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라며 “오늘은 손님이 아직 한 명도 안 왔으니, 전기세에 인건비 등을 생각하면 문을 연 게 손해”라고 말했다. 포장 주문도 가뭄에 콩 나듯 해 하루에 두세 건이 전부. 이 직원은 “사장님 눈치가 보일 정도로 장사가 안 된다”며 빈칸 투성이인 매상장부를 보여줬다. 

지난 9월 7일 소상공인협회가 회원 34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상공인 96.4%가 사회적 거리 두기가 경영활동에 부정적 (매우 부정적 +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또한 이들 중 60%는 종전에 비해 매출이 90% 이상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절반이 넘는 상인들이(50.6%) ‘사업을 유지하고 있으나,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고, 22.2%의 상인들은 자신의 경영 상태를 ‘사실상 폐업 상태’로 간주했다. 더욱이 학생들로 수요가 한정돼 있는 대학교 주변 상권은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재난지원금 임대료로 다 나갈 판”

노래연습실 정문에 ‘집합금지명령’ 공문이 붙어있다. [오홍석 인턴기자]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학생들이 즐겨 찾았을 노래방도 지금은 문 앞에 ‘집합금지명령’ 공문이 붙은 채 굳게 닫혀 있었다. 노래방은 고위험시설군으로 분류돼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시행 중에는 정부 지침에 따라 영업이 중단됐다. 정부는 집합금지시설에 재난지원금 200만원을 지급 예정이지만 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전국코인노래방연습장협회의 김익환 사무총장은 “협회에 소속된 노래방들만 보더라도 평균 임대료가 465만원이다. 지원금 200만원은 한 달 운영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맹편의점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경희대 인근에 위치한 한 편의점의 경우 간편식품(-47%), 우유(-59%), 면류(-49%), 빵(-52%) 같은 학생들이 주로 끼니를 때우던 품목들의 매출이 전년대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기역 근처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매출이 반토막 났다”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나마 이 편의점은 매출액이 그리 높지 않아 재난지원금 수급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연 매출 4억 원 이하 가맹점에 한해 재난지원금 1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국편의점주협의회 측은 “매출과 마진은 전혀 다른 얘기”라며 “편의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담배의 경우 세율이 높아 마진율이 적고, 택배 등 서비스 비용도 매출로 잡히지만 이 또한 마진은 거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이 없으니 대학 근처 원룸이나 하숙집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5년째 하숙을 치고 있는 한 집주인은 “여름에는 (학생들이 모두 떠나) 방이 다 비어있었는데 그나마 학기가 시작되고 서서히 방이 채워지고 있다”며 “그래도 예년에 비해 70% 정도 밖에 차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룸촌 공실률도 높은 상황이다. 최근에 새로 지어진 한 신축빌라는 당초 학생 수요를 예상하고 건물을 올렸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이 공실이다. 건물 1층 주차장도 텅 비어있었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나온 방도 잘 나가지 않는다”며 “부동산업에 몸담은 지 오래됐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오홍석 인턴기자 oh3y3y@gmail.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