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 지명을 11월 대선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민주당은 강력 반발했다. 배럿 판사의 의회 인준 문제는 11월 3일 예정된 대선과 맞물려 표심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민주당, “긴즈버그의 몸이 무덤에서 뒤집힐 것”
배럿 판사는 이날 대법관 지명을 받는 자리에서 두 명의 ‘선배’ 대법관을 언급했다.배럿 판사는 이어 자신의 전임자인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긴즈버그는 유리천장에 금을 낸 게 아니라 아예 깨부숴버렸다”며 “엄청난 재능을 가진 여성이었고, 우리 모두에게 모범이었다”고 말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으로서 자신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우려하는 민주당과 진보 진영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녀는 또 “인준을 받는다면 나는 내가 속한 집단을 위해서 이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 미국인들을 섬기기 위해 대법관의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보수색이 짙은 배럿 판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트윗을 통해 “팬데믹 와중에 트럼프는 오바마케어를 박살낼 사람을 대법관에 지명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긴즈버그는 자신이 이룩한 모든 것을 후임자가 다시 되돌려 놓으려 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며 “긴즈버그는 천국에 있는 무덤에서 몸을 뒤집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인준 절차를 지연시키는데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그러나 상원 의석은 공화당이 전체 100석 중 53석으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공화당에서 이탈표가 대거 나오지 않는 이상 인준은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다만 공화당이 인준을 무리하게 강행하면 민주당의 표가 결집되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낙태 총기소유 등 이슈에 보수화 불가피
26일 미국 신임 연방대법관에 임명된 에이미 배럿 연방 항소법원판사(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와 그의 노터데임대 동문인 동갑내기 변호사 제시 부부가 자녀들과 함께 찍은 가족 사진. 둘은 아이티에서 입양한 흑인 자녀 2명을 포함해 총 7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막내 벤저민(앞줄 맨 오른쪽)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마크 메도우 공화당 하원의원 트위터 캡처
1972년에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7남매의 장녀로 태어난 그는 멤피스의 로드스 컬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이후 인디애나주 가톨릭계 대학인 노터데임 로스쿨을 수석졸업했다. 같은 로스쿨 출신으로 인디애나주 검사를 지낸 제시 배럿과 결혼한 그는 아이티에서 입양한 2명을 포함해 총 7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이중 막내 아이는 다운 증후군을 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배럿 판사를 지명한 자리에 7명의 자녀를 모두 초대한 뒤 “미국 연방대법관 중 최초로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엄마”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