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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신찾을 테니 영해침범 말라’…北 의도는?

입력 | 2020-09-27 11:05:00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격 사망해 충격을 주는 가운데 26일 해양경찰 경비함에서 어업지도선 공무원 시신 및 유류품을 수색하고 있다. (인천해경 제공) 2020.9.26/뉴스1


북한이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사살 사건으로 시신을 수색 중인 남한을 향해 “영해를 침범하지 마라”고 경고하면서도 시신을 발견하면 넘겨주겠다고 발표하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남북 정상간 친서가 오가며 유화 분위기가 형성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번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한 만큼 상황을 적극적으로 관리 하면서도, 남북간 직접 접촉은 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남조선 당국에 경고한다’는 제목의 보도에서 남한이 최근 연평도 일대를 수색 중인데 대해 “우리는 남측이 자기 영해에서 그 어떤 수색 작전을 벌리든 개의치 않는다”면서도 “우리측 영해 침범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하여 엄중히 경고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통신은 이번 일을 ‘불미스러운 사건’라고 규정하고 “최고지도부의 뜻을 받들어 북과 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훼손되는 일이 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안전 대책들을 보강하였다”면서 자신들도 이미 관련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남해상과 서부해안 전 지역에서 수색을 조직하고 조류를 타고 들어올 수 있는 시신을 습득하는 경우 관례대로 남측에 넘겨줄 절차와 방법까지도 생각해두고 있다”는 게 통신의 설명이다.

북측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북측만의 단독 수색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측이 ‘과연 실종자 수색에 적극적으로 임할까’하는 의구심을 의식한 듯 ‘최고지도부’‘북남사이 신뢰’‘절대로 훼손되지 않도록’ 등 적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대응한 점이 눈에 띈다.

남한 해경과 해군은 북한이 A씨의 시신이 아닌 그가 타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부유물만 소각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시신과 유류품을 찾기 위해 연평도 일대를 수색 중이다. 수색은 A씨가 실종된 지난 21일부터 시작돼 이날로 일주일째다. A씨는 어업 지도를 하던 중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 단속정에 의해 피격됐다.

이날 보도는 지난 25일 김 위원장의 사과 표명 이후 북한 나름대로 안전 대책을 보강하면서 수색을 하는 등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더는 압박하지 마라는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필요하면 북측과 공동조사를 요청하기로 했다”는 청와대의 발표에 대해 선을 긋는 차원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이번에는 ‘최고지도자’가 이미 공개적으로 사과했기 때문에 사건의 경위가 상세히 밝혀질 수 있는 추가 조사는 필요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과거 천안함 사건, 박왕자씨 피격 사건 등에서도 자세한 조사를 기피해왔으며 당시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심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어 남한과의 공동조사, 수색에도 거부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자신들이 양보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분명하게 시사한 것”이라며 “앞으로 진상규명을 위한 추가적 공동조사 등이 쉽지 않음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를 통해 남북이 이달 들어 코로나19 등 국면에 대해 서로를 위로하는 친서를 교환한 것이 밝혀진 만큼, 대남 관리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내달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내부 결속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후에는 남북, 북미 대화 가능성을 보며 대외 행보에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적어도 남북관계가 추가로 악화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날 북한이 말한 ‘영해’의 기준이 남한과 달라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북한은 1999년 일방적으로 선포한 ‘조선 서해 해상분계선’을 기준으로 백령도는 물론 연평도 이남까지 북측의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