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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 마디 할때마다 ‘들썩’…“여야, 국내-국외정치 구분해야”

입력 | 2020-09-27 17:02:00

북한 해상에서 총격을 맞고 숨진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6일 오전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전남 목포항으로 향하고 있다. 2020.9.26 © News1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북한 총격 사살 사건 후폭풍이 거세다. 정확한 사고 경위와 시신 수습, 정부 대응 등에 대한 야권의 전면 공세에 당정이 맞서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신속히 사과 입장을 표명했지만 곧바로 영해 침범을 경고하는 등 ‘강온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진상·책임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치권도 북한의 여론전에 일희일비 하는 대신 국익을 위해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는 지난 21일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뒤 이튿날 북한군에 피격됐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총격을 가한 뒤 A씨를 화장했다고 밝혔지만 북측은 시신이 아닌 부유물을 태웠다고 주장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측에 보낸 통지문을 통해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사과표명 이후 정치권은 분열되기 시작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이례적이고 신속한 사과 표명에 여권의 강경기조는 누그러진 반면 야권은 책임론과 외교 실패, 친북 논란 등으로 전선을 확대하며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은 대북규탄결의안과 긴급현안질의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 1인 시위에 나섰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북한의 전통문과 면피성 사과로 이번 사건을 덮으려 한다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자해행위가 될 것”이라며 “적반하장식 책임회피만 가득한 북한의 통지문을 보고 청와대와 여당은 김정은 칭찬에만 여념이 없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국민의당도 “응당 받아야 할 사과를 마치 성은이나 입은 양 떠들어대는 노예근성으로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날선 비판을 내놨고 정의당도 “야만적 살인행위”, “국제법 위반 및 인도주의 정신 부정” 등으로 비판하며 대북규탄결의안 채택에 힘을 실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우리 국민께서 목숨을 잃으신 일을 정쟁과 정부 공격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아주 평범한 상식”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고 맞받았다. 여당은 대북규탄결의안에 소극적으로 돌아섰지만 야권이 일치단결해 요구하는 만큼 이를 수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북한이 김 위원장 사과 이틀 만인 27일 “우리측 영해 침범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하여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히면서 정치권 공방은 ‘NLL’(북방한계선)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김 위원장을 ‘계몽군주’로 표현하면서 불필요한 곁가지 논란까지 확대·재생산되는 양상이다.

이처럼 북한 관련 발언이 나올 때마다 정치권의 일희일비가 이어지자 이성적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정확한 사건 전반을 차분히 설명, 대응책을 제시하고 야권도 정치적 이해타산만 따져 무조건적 대립구도로 몰고가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국내정치가 분열되면 실익은 없고, 북한의 의도에 끌려다닐 것이란 문제의식이다.

북한 정보기관 출신의 한 탈북 인사는 27일 보도된 일본 후지TV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사과 입장은 한국 내 여론을 염두에 둔 ‘계산된 전략’이라고 분석하면서 “앞으로 한국 국민들 사이에선 김 위원장의 ‘미안하다’ 발언에 대한 평가를 놓고 국론이 분열될 것”이라며 “이게 북한이 노리는 대남전략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한 관계자는 “여야가 무조건 전선을 확장해서는 북한을 향해 통합된 메시지를 내놓을 수 없고,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시신수습과 같은 대외적·외교적 해결책과 책임소재 규명 등 국내정치 사안은 분리·구분해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