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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의협회장, 불신임 부결에 오히려 힘 실려…“국시문제 해결할 것”

입력 | 2020-09-27 19:49:00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비대위 등 의사들이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의 임시총회장 입구에서 최대집 회장 불신임안 가결 및 비대위 구성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0.9.27 © News1


심판대에 올랐던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 및 집행부가 재신임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의협 집행부를 대신해 대(對)정부 투쟁을 이어나가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까지도 모두 부결돼 오히려 최 회장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게 된 것이다.

의협 대의원회는 27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서울컨벤션센터 4층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Δ최 회장 불신임 안건 Δ임원 7인 불신임 안건 Δ의협 비대위 구성 및 운영 규정 안건에 대해 표결했다.

세 가지 안건 모두 주신구 의협 대의원이 발의했으나 모두 부결됐다. 당초 총회는 오후 4시에 종료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젊은의사들이 회의장에 난입하거나 의사 진행에 대한 의견들이 엇갈리면서 오후 6시30분이 되어서야 종료했다.

이날 총회는 주 대의원을 비롯한 81명의 소집 요구에 따라 열렸다. 이철호 대의원회 의장이 불참해 주승행 부의장이 의장 직무대행으로 대신 진행했다.

주 대의원은 최 회장에 대한 불신임 사유로 Δ법적 책임을 피하려 한 이중적 행보 Δ독단적 날치기 합의문 서명을 통해 회원을 배신 Δ젊은 의사 비대위와 소통 부재로 인해 투쟁 대오의 와해와 회원 분열을 자초 Δ피해 입은 전공의들에 대한 대책 없음 Δ본과 4학년 학생들의 국시 응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범투위 해산을 시도 Δ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통과를 막지 못함 등 7가지를 들었다.

하지만 최 회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는 의결 정족수(136명)를 넘기지 못해 부결됐다. 총회 규정상 대의원 3분의2가 출석해야 의사가 진행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안건이 통과된다.

최 회장 불신임 표결에는 대의원 203명이 참여해 찬성 114표·반대 85표·기권 4표의 결과가 나왔다.

방상혁 상근부회장, 박종혁 총무이사, 박용언 의무이사, 성종호 정책이사, 송명제 대외협력이사, 조민호 기획이사겸 의무이사, 김대학 홍보이사겸대변인 등 임원진 7인에 대한 불신임 표결도 진행됐다. 하지만 각각 불신임안 반대가 더 많이 나와 이 역시 부결됐다.

마지막으로 의협 비대위를 꾸리기 위한 표결이 진행됐다. 의협 규정상 비대위는 투쟁과 협상에서 대내외적으로 협회의 전권을 가진다. 따라서 비대위가 구성되면 최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의 동력이 상실되고 기존 의협과 정부·여당의 합의안이 유명무실해지게 된다.

비대위 구성 안건을 제안한 주 대의원은 “집행부를 불신임하지 않더라도 비대위를 만들어서 새롭게 투쟁할 수 있게 만들어 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 구성에 대한 표결은 찬성 87표·반대 87표 동수로 나타났다. 동수는 원안 부결로 하는 의협 규정에 따라 비대위 구성 안건 역시 부결됐다.

이날 총회는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의 50인 제한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5개의 그룹으로 나눠 진행됐다. 50명 이상이 한 공간에 모이지 않도록 50명씩 그룹을 짜 5개 홀에 나눠 들어갔다. 각 홀에서는 의장 직대가 있는 메인홀을 모니터로 지켜보며 마이크 연결을 통해 발언했다.

전공의를 주축으로 한 젊은 의사들은 총회 시작 전부터 건물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으면서 최 회장 탄핵 및 비대위 구성을 대의원들에게 독려했다.

최 회장 불신임안이 부결된 직후 격양된 젊은 의사들이 회의장에 난입해 의사진행이 지연되기도 했다. 대의원이 아닌 일부 의협 회원들이 메인홀에 들어서면서 고성이 오가는 갈등이 빚어졌다.

대의원회는 장소를 대관해 준 호텔 측과 한 공간 내에 50인 이상이 과밀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을 약속한 터라 다른 회원들의 입장을 막았다. 하지만 의협 규정상 대의원이 아닌 회원들도 참관할 수 있게 돼 있어 혼란이 생긴 것이다.

이에 주 부의장은 젊은 의사 1인에게 발언 기회를 잠시 주는 대신 이들의 퇴장을 약속받는 방식으로 상황을 해결했다. 발언권을 얻은 의사는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금 (집행부에) 계신 분들로는 저희가 뭉칠 수 없다. 당장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의원 간에도 투표 방식이나 의장(직대)의 투표 참여 가능 여부를 둘러싸고 번번이 다툼이 생겼다. 주 부의장은 피곤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총회 안건이 모두 부결됨에 따라 반대로 최 회장 및 집행부가 재신임을 받는 모양세가 됐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과의 ‘원점 재논의’ 합의를 주도한 최 회장 측에 힘이 실리게 됐다.

자신의 불신임안 표결에 앞서 발언한 최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의 구상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저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의대생 국가시험 관련 난제를 해결하고 의료법안과 각종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권익보호와 화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임기 동안 희망과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최 회장의 임기는 내년 4월에 끝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