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다중대표소송제’ 반발 지주사 지분 0.01% 챙긴 투기자본, 소송 빌미로 자회사 흔들 가능성 정부가 지주사 권유… 되레 타격, 자산 5조 미만 중소-중견 지주사 60곳중 58곳 ‘1억 지분’으로 소송… 14곳은 1000만원으로도 가능
27일 동아일보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산 5조 원 미만 상장 중소·중견 지주회사 60개를 조사한 결과, 상법 개정안의 다중대표소송제는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지주사 체제를 확고히 갖출수록 소송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사 시가총액이 낮으면 소액으로 소송에 필요한 최소 지분인 0.01%를 확보하기 쉽고, 지주사가 지분 50% 이상을 갖고 있는 자회사가 많을수록 소송 대상 자회사가 늘어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사한 60개 지주회사 중 한미사이언스㈜와 ㈜오리온홀딩스를 제외한 58곳이 1억 원 미만으로 다중대표소송 최소 필요 지분인 0.01%를 확보할 수 있었다. 1000만 원 미만으로 지분 0.01%를 살 수 있는 곳도 14곳이나 됐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소액 지분만으로도 자회사에 대한 소송이 가능해 남발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소송이 들어가면 주가가 하락하기 때문에 주식 시세차익을 노린 개인투자자들도 얼마든지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 10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의 지주사도 주주 연합이나 기관투자가의 다중대표소송에 취약할 수 있다. SK그룹 지주사인 ㈜SK 주식 약 13억7000만 원어치를 보유한 주주는 자회사인 SK E&S, SK바이오팜, SK실트론 등에 소송을 걸 수 있다. LG그룹 지주사인 ㈜LG 주주도 약 12억7200만 원의 주식을 보유하면 LG CNS 등에 소송이 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엘리엇 등 행동주의 펀드는 가능한 한 적은 자금으로 그룹 전체를 흔들 수 있는 계열사에 투자한다”며 “자회사에 대한 소송을 빌미로 먼저 각종 요구사안을 내놓고 협상을 시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다중대표소송제뿐 아니라 이른바 공정경제 관련 법안들은 기업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검찰에 고발하기 쉽게 만들고 있다”며 “사법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동준 hungry@donga.com·서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