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동의보감은 종기의 원인을 화(火·스트레스)나 소갈증(당뇨) 때문으로 본다. 현종은 10년 전 일을 가슴에 담아 두었다가 행동으로 옮길 정도의 내향성 성품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래서일까. 재위 10년, 현종은 갑자기 두통과 염청(厭聽) 증상을 호소한다. 염청은 지금으로 말하면 청각과민증으로, 특정한 소리를 견디지 못하고 심하면 발작까지 일으킨다. 평소 안질이 심해 서류 보기도 힘들어하던 현종은 사소한 소리에도 예민해하면서 대신들과의 대화조차도 불편해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체질이 약해 일찍 세상을 떠난 영조의 첫째 아들 효장세자도 청각과민증을 호소했다. 심한 독감의 후유증이었다. 영조는 효장세자의 증상에 대해 “누군가 문을 열면 문을 닫게 하고 사람 소리가 들리면 더러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어의들은 온갖 약과 음식으로 치료에 나섰지만 세자는 얼마 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청각과민은 외부 소리를 크고 불쾌하게 느끼는 증상이다. 영국에서 발표된 논문에도 뇌의 감정영역이 지나치게 활성화된 사람이 일상적인 소음을 짜증나게 여긴다고 보고하였다. 청각과민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안면신경의 역할이다. 안면신경은 귀의 고막 뒤에서 등골근육을 움직여 큰 소리를 적절한 소리로 조절해주는 역할을 한다. 불면증이나 수면 부족, 극심한 스트레스는 신경을 약화시켜 외부 소리에 예민해진다. 이외에도 갱년기 여성의 경우 호르몬 변화나 스트레스로 자율신경 흥분이 되면 청각과민을 불러온다.
대나무 밭에 바람이 불면 대나무 소리가, 소나무에 바람이 불면 소나무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듯 소리는 외부에서 들어와 나의 몸과 마음에서 다시 메아리쳐 나오는 내가 내는 소리다. 몸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소리의 질과 양도 변화하는 것이다. 요즘 문제가 되는 층간소음도 몸과 마음의 평안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잣은 마음을 안정시키며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허약한 것을 도와준다. 신라시대부터 인삼과 함께 중국 황제에게 선물한 신토불이 최고의 약재다. 특히 심리적 요인이 많은 청각과민에 도움이 된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