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즈버그 후임 대법관에 지명… 배럿, 총기소유 지지 등 ‘강경 보수’ 낙태권한 인정 판결 뒤집을수도… 민주 “긴즈버그 무덤서 뒤집어질것”
마이크 잡아주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6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에이미 배럿 제7연방고등법원 판사를 신임 연방대법관에 지명한 뒤 연단 위의 마이크를 조정해 주고 있다. 배럿은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전임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와 달리 낙태와 이민을 반대하는 강경 보수 성향이다. 워싱턴=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배럿 판사는 우뚝 솟은 우리 사회의 지성으로 미 헌법에 대한 불굴의 충성심을 갖고 있다”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동석한 배럿 판사는 “미국과 미 헌법을 사랑한다. 판사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법률을 적힌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며 보수 성향을 드러냈다.
상원 100석 중 53석을 점유한 공화당은 다음 달 12일 인사청문회를 시작하고 다음 달 말 표결을 실시해 대선 전에 인준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긴즈버그가 무덤에서 몸을 뒤집을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으나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배럿이 상원에서 인준을 받으면 그는 역대 5번째 여성 대법관이자 1991년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당시 43세)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젊은 나이에 대법관에 오른다. 대법원의 무게 추는 보수 6, 진보 3으로 완연히 기울어지게 된다.
일곱자녀 둔 다둥이 워킹맘 26일 미국 신임 연방대법관에 임명된 에이미 배럿 제7연방고등법원 판사(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부부가 자녀들과 함께 찍은 가족 사진. 두 사람은 아이티에서 입양한 흑인 자녀 2명을 포함해 총 7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막내 벤저민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마크 메도 공화당 하원의원 트위터 캡처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배럿은 가톨릭계 학교로 유명한 미 인디애나주 노터데임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모교에서 교수를 지냈다. 본인, 부모, 노터데임대 동문인 동갑내기 법률가 남편 제시 모두 ‘찬양하는 사람들’이란 기독교단체 일원이다. 가장인 남편이 가정 안에서 절대적 권위를 행사해야 하고, 성서의 가르침을 문자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강조하는 원리주의 조직이다.
배럿은 낙태, 총기, 의료보험, 이민 등 미 사회의 첨예한 사안에 대해 줄곧 보수적 입장을 취해와 보수 진영에서 오래전부터 대법관 후보로 꼽혔다. 배럿은 올해 6월 신규 영주권 신청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킨 판결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총기 소유권을 보장한 수정헌법 2조 역시 강하게 지지한다.
그는 아이티에서 입양한 흑인 자녀 2명을 포함해 총 7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직접 낳은 막내아들 벤저민(8)은 임신 당시 다운증후군임을 알았음에도 출산했다. 배럿이 취임하면 임신 후 6개월까지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1973년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배럿은 자신의 성향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인준을 나 자신과 내 범주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여기지 않겠다. 동료 미국인을 위한 역할로 여기겠다”며 몸을 낮췄다. 또 긴즈버그 대법관을 두고 “유리천장에 금을 낸 것이 아니라 아예 깨부쉈다. 엄청난 재능을 가진 여성이고 모두에게 모범이었다”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