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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시신수색 방해 속내… 靑 “사실관계 공동조사를” 재차 요청

입력 | 2020-09-28 03:00:00

[北, 우리 국민 사살] 北 “영해 침범 말라” 사과 이틀만에 위협
靑 “각자 조사결과 구애받지 말자”…‘시신 소각’ 원점서 공동조사 시사
軍통신선 복구-재가동 요청도… “北 수용 불투명한데 끌려다녀” 비판




북한이 27일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47)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정상적인 수색 작업을 ‘영해 침범’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엄중 경고”에 “불미스러운 사건 예고”까지 거론하며 무력도발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하지만 청와대가 북한의 이날 발표 이후 8시간 뒤 열린 문재인 대통령 주재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이에 대한 반박 없이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회의는 사건 발생 후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주재한 첫 관련 회의로, 이 씨 피살 후 113시간 20분, 문 대통령이 피살을 첫 대면 보고 받은 지 102시간 반 후에 열렸다.

청와대는 북한에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를 요청하면서 “남북 각각의 조사 결과에 구애되지 않고 사실관계를 함께 밝혀내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공동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지만 보기에 따라선 “북한군이 상부의 지시에 따라 이 씨를 사살하고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웠다”는 24일 우리 군 발표 내용 자체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북, 한국의 NLL 이남 정상 수색 방해 뜻 드러내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측이 자기 영해에서 어떤 수색 작전을 벌이든 개의치 않는다”면서도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 무단 침범 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의 발표는 자신들이 1999년부터 북방한계선(NLL) 이남에 이른바 영해라고 주장해 온 ‘조선 해상 군사분계선’을 내세워 정부의 실종자 수색을 방해할 뜻을 드러낸 것이다.

군 당국은 북한의 주장과 관계없이 시신 수색을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시신 수색 인원을 후방으로 빼거나 수색 범위를 축소할 경우 북측의 주장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주장해 온 영해 관련 논란에 군이 휘말리는 것 자체가 북측이 원하는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북한은 또 “남측에 벌어진 사건의 전말을 통보했다. 최고지도부의 뜻을 받들어 북과 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훼손되는 일이 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안전 대책을 보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남 해상과 서부 해안 전 지역에서 수색을 조직하고 조류를 타고 들어올 수 있는 시신을 습득하는 경우 관례대로 남측에 넘겨줄 절차와 방법까지도 생각해 두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주장은 이미 사과했고 자체적으로 시신 수색을 하고 있으며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했으니 더 이상의 추가 진상조사를 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26일 밝힌 ‘북한에 대한 추가 조사 실시 요구 및 필요시 북측과의 공동조사 요청’을 북한이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NSC 사무차장인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날 오후 3시∼4시 반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안보관계장관 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남과 북이 각각 파악한 사건 경위와 사실관계에 차이점이 있으므로 조속한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를 요청한다”며 재차 공동조사를 요청했다.

○ 문 대통령의 직접 언급은 공개하지 않은 靑

서 차장은 이어 “남과 북이 각각 발표한 조사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열린 자세로 사실관계를 함께 밝혀내기를 바란다”며 “이를 위한 소통과 협의, 정보 교환을 위해 군사통신선의 복구와 재가동을 요청한다”고 회의 결과를 전했다. “시신과 유류품의 수습은 사실 규명을 위해서나 유족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배려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일”이라며 “남과 북은 각각의 해역에서 수색에 전력을 다하고 필요한 정보를 교환해 협력해 나가기를 바란다”고도 밝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시신과 유류품 수습을 위해 협력하자고 한 부분 등은 (시신을 불태웠다는) 정부의 이전 발표를 사실상 뒤집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직접 언급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북한과의 물밑 접촉을 염두에 두고 문 대통령의 언급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의 공동조사 수용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북한에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날 청와대 회의에는 서욱 국방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등이 참석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권오혁·신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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